무엇보다 가계부채 리스크를 우려한다. 작년 말 기준 가계부채는 1089조원으로, 1년전 보다 67조6000억원 늘었다. 특히 4분기 가계부채는 3분기 대비 29조8000억원(2.8%) 증가하면서 분기 증가폭으로는 2002년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한은은 지난 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은은 판단하는 것이다.
올해 국내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한은의 시각도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든다.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이 3.4%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다. 이는 작년 4분기 경제지표 실적을 반영해 지난 1월 수정한 수치다. 금리를 추가 인하하려면 먼저 이 전망치부터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은은 소극적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지난 1월에 작년 4분기 실적을 반영해 전망지표를 수정할 당시 하반기에 들어가면 물가상승률이 좀 더 좋아지지 않겠냐고 봤다. 최근 발표되는 연초 경기지표를 좀더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 총재의 선구조개혁론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총재는 작년에 금리를 두 차례 낮췄지만 실물경기가 만족할 만 하게 살아나지 않는 것은 경기순환적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구조적 요인에는 기업 구조조정 등이 포함되는데 지금 금리를 낮추면 오히려 기업의 구조조정만 지연시킬 것이라는 게 이 총재의 우려다.
이에 대해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이제까지 중앙은행은 인플레 파이터였지만 적(디플레이션)이 바뀌었으니 전투복도 바꿔 입어야 한다"며 "인플레파이터일 때 중앙은행은 돈 줄을 죄는 역할을 하니 정부와 반대성향을 보이지만 디플레파이터일 때는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하므로 독립적이지 않게 비춰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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