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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누가 세금을 규제로 만들어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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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연말정산 논란을 전후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와 기획재정부의 공개제안 코너 등에는 연말정산과 세금에 대한 항의와 건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연말정산에 대한 불만에서부터 조세정책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눈길을 끄는 곳은 국무조정실에서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의 규제신문고다.

한 민원인은 "연말정산이라는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게 규제개혁이며 혁신적인 국가행정 개선"이라고 건의했다. 그는 "매월이나 두 달에 한 번 간단하게 원천징수 관련해서 정산해버리든지 아니면 다른 개선방향으로 세법체계를 연말정산하지 않도록 바꾸든지 답답하다"고 푸념했다.
연말정산 논란이 증세 논의로 이어지면서 최근 들어 '세금은 곧 규제'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정부가 규제개혁을 외쳤을 때 일반기업과 국민 사이에서는 "세금도 규제니 세금규제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당시 기재부와 국세청은 이런 주장에 "세금은 규제가 아니라 의무이며 조세는 법령상 규제범위가 아니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1년이 조금 안 돼 이번에는 세금이 '규제폭탄'이자 '단두대에 올려 단칼에 내쳐야 할 규제'가 됐다. 세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 조세저항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세금을 규제로 인식하게 만든 것은 정부와 국회의 잘못이 가장 크다. 정부와 세정당국은 틈만 나면 조세정의, 과세형평성 원칙을 외쳤지만 결국 이런 원칙은 유리지갑 임금근로자에만 적용돼 왔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대기업ㆍ중소기업의 세금을 깎아주거나 세금을 올리지 않았고, 수출기업엔 수출용 원부자재를 수입해 수출하면 관세를 돌려줬다. '증세 없는 복지'의 재원 마련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이 역시 경제활성화 논리 앞에서 무력화됐다.

세금을 깎아주거나 덜 걷고나서 예상보다 수혜자들의 호응(고용이나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경우)이 적을 경우 세무조사라는 칼을 들이댔다. 4대 의무 가운데 납세만 유독 권력기관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 때문 아닐까 싶다. 국회도 정부에는 "세금을 잘 걷어라", 기업엔 "세금을 잘 내라"고 하고선 비과세ㆍ감면을 줄이려면 반대하고 오히려 이를 확대해왔다.
이번에는 오히려 '복지를 위한 증세' 카드를 꺼냈다. 세비(歲費)를 받는 국회의원들은 근로소득세를 내는 일반수당과 관리수당은 인상 폭을 줄이는 대신에 근소세를 내지 않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대폭 인상해 스스로가 비과세 혜택을 누려왔다. 한 달 의원 월급의 4분의 1가량이 비과세다.

'증세 없는 복지'든 '복지를 위한 증세'든 이런 논쟁에 앞서 '세금도 규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규제라면 세금은 착한 규제가 돼야 하는데 요즘은 단두대에 올려야 할 나쁜 규제로 비춰지는게 더 큰 걱정이다. 천국에는 세금이 없다고 해서 조세피난처(tax heaven)라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지옥에도 세금은 없다고 한다. 문제는 적정과세 문제다. 세금의 가치를 납세자들이 제대로 인정을 할 때 납세순응도도 높아지고 재원 확보도 가능하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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