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신차판매 수혜 예상
와인 등 국내가격 변동은 적을 듯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결정으로 현지 제조업체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26일 한국무역협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 유럽연합(EU) 무역적자는 106억67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EU 교역은 과거 200억달러 상당의 흑자를 기록한 적도 있으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듬해인 2012년 이후 꾸준히 적자폭이 확대,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연간 적자폭이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유럽과의 교역에서 적자가 늘어난 건 유럽 주요 국가의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측면이 크다. 이번에 유럽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유로화가 싸지면서 유럽 내 수출경기는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유로화 약세에 따라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환율변동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을 낮추는 일은 없겠지만 본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커진 만큼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판매 늘리기에 나설 것으로 국내 완성차업계는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벤츠나 아우디 등 유럽 현지에 생산설비를 갖춘 고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환율수혜를 많이 받을 전망"이라며 "국내 수입차시장에서도 고급차 수요가 많았던 만큼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내 소비심리가 살아나게 되면서 국내 수출업체에게 득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간 유럽 내 각국의 수요가 줄면서 대EU 수출이 줄었던 만큼 실물경기가 나아질 경우 수출을 늘릴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2~3년간 현지 신차판매 시장에서 판매량이 다소 정체를 보였던 현대기아차의 경우 인도ㆍ체코ㆍ슬로바키아 등 현지 공장을 통한 원활한 수급이 가능해 이번 조치로 수혜가 예상된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최근 경기부양책으로 유럽 내 일부 국가에서 신차시장이 회복된 전례가 있다"며 "억눌러져 있던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면 앞서 일본의 양적완화에 비해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전업계는 이번 양적완화로 유럽 내 경기가 활성화될 경우 국내 업체가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TV, 스마트폰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명품이나 와인 등 국내에서 수요가 많은 일부 소비재의 경우 통화정책으로 인한 가격변동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론적으로는 대부분 유럽을 본거지로 하는 명품 브랜드의 수입가격이 하락해야 하지만, 실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한-EU FTA 이후 수입 명품이나 와인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7월부터 4%이던 관세가 2%로 낮아졌지만, 샤넬ㆍ프라다 등 명품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고가의 상품 특성상 환율이나 경기흐름과 상관없이 수요가 일정해 명품 제조 및 유통업계에서 인건비가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기 때문이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유럽은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중 하나이기에 경기가 살아나면 자동차 등 주력수출업종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양적완화로 풀린 글로벌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면 다른 통화에 대한 원화강세 현상도 나타날 수 있어 금융 측면에서는 자금이동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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