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인터넷 전화로 발신번호 변조…통신사 협조 안돼 은행이 탐지 못 해
연이은 사고로 텔레뱅킹의 보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취재하며 만난 금융권 보안 전문가들은 “텔레뱅킹은 본인이 지정한 전화번호나 단말기로만 이용할 수 있어 가장 폐쇄적이고 안전한 금융거래 수단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광양과 서울 두 사례 모두 범인이 중국 등 외국에서 발신자 번호를 변조하는 단순한 수법으로 접속을 시도했고 금융사는 우회 접속한 번호를 전혀 의심하지 않고 돈을 내줬다. 너무도 쉽게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전자금융서비스의 중심은 텔레뱅킹이었다. 2000년 텔레뱅킹 이용자수는 1226만명으로 380만명이던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의 세 배가 넘었다. 그러나 인터넷 뱅킹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뱅킹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텔레뱅킹은 대세에서 밀려났다. 이 때문에 각 금융사는 텔레뱅킹 보안 들어가는 예산과 인력 확충에 인색해졌다. 그 사이 여전히 수 백 만명이 사용하는 텔레뱅킹에 금융범죄가 몰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IT금융정보보호단을 중심으로 조사팀을 꾸려 농협중앙회, 농협상호금융 전산망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본다고 한다. 국회 농해수위도 농협 관계자를 불러 현안청취에 나선다. 더 이상 텔레뱅킹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보는 서민이 없도록 이번 기회에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전 금융권에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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