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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시진핑 열전]돈찍는 아베, 빛볼까 빚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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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증 빠진 경제, 활력 되찾아
"아베노믹스, 레이이거노믹스보다 한수 위"
무제한 양적완화로 부채비율 美의 두배
26개월째 무역적자, 엔低 효과도 의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 내겠다." 2012년 후반 총선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였던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윤전기 아베'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죽어가는 경제를 살려놓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헬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고 말해 '헬리콥터 벤'으로 불린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일본판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무제한 금융완화를 뼈대로 한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아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부터 부작용만 커져 경제가 회생불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아베노믹스와 일본 경제

▲아베노믹스와 일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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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 도는 일본 경제= 오는 12월이면 아베노믹스가 등장한 지 2년이다. 그 동안 아베 총리는 양적완화의 첫째 화살과 재정지출 확대라는 둘째 화살을 잇따라 쏘아 올렸다.
효과는 분명했다.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일본 경제가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지난해에만 50% 넘게 급등했다. 올해 들어서는 1만6300선을 돌파해 7년만의 최고치에 이르렀다.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의 수출 기업들은 창사 이래 최대 호황을 맞았다. 2013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일본 상장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은 무려 62.7%다. 실업률은 내리고 일자리는 늘었다.

지난해 12월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월례 경제보고서에서 '디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금융위기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잃어버린 과거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자신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아베노믹스의 설계자'인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미국 예일 대학 명예교수는 최근 미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회견에서 "아베노믹스가 레이거노믹스보다 낫다"고 평했다. 레이거노믹스는 1980년대 미국 부흥을 이끈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다.

고이치 교수는 "레이거노믹스의 세제 혜택이 부유층에게만 돌아가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경우 두 화살로 파이를 충분히 키운데다 고용시장 회복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반쪽의 성공?= 아베노믹스를 둘러싸고 극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되레 시간이 흐를수록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베의 화살들이 모두 과녁을 빗나갔다"고 최근 진단했다.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퇴색하고 있다는 증거는 경제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230%로 세계 1위다. 2009년 이후 3차례 무제한 양적완화로 달러를 푼 미 부채 비율의 두 배에 이른다.

빚이 늘면 재정적자는 커진다. 일본 정부는 연간 예산의 22%를 이자 갚는 데 써야 한다. 아베 정부는 소비세 인상으로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메우려 애쓰고 있다. 이 때문에 겨우 살아난 성장의 불씨가 꺼질 판이다. 올해 2ㆍ4분기 일본의 실질 GDP는 1분기보다 1.7%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연율 기준 6.8% 뒷걸음질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가 수출산업 부흥을 목표로 계속 용인해온 엔저의 효과도 의문이다. 아베 취임 당시 달러당 85엔이었던 엔화 값은 최근 109엔선을 돌파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엔화는 지난해에만 20% 넘게 떨어졌다. 올해 들어 상승 반전했던 엔화는 이달 들어 다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의 첫 개각과 함께 '엔저 2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엔화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수출은 줄고 있다. 지난달 일본의 수출 규모는 5조7060억엔(약 54조688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다. 이로써 일본의 무역수지는 26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2013 회계연도 일본의 무역적자는 13조7488억엔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적자다. 엔저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아베 정부의 목표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상당수 제조업체가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엔화 약세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기업 동참 이끌어야=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보유 중인 일본 기업들은 정작 투자와 고용 확대에 인색하다. 지난 3월 말 현재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규모는 2조3000억달러(약 2333조12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990년대 자산거품 붕괴를 경험한 일본 기업들은 경영에서 극도로 보수적이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려면 기업의 지출 확대는 필수적이다. 아베 정부는 세제 혜택 같은 당근으로 기업 유보금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도요타, 히타치제작소 등 대기업들은 지난 수년 동안 임금을 동결했다. 그러나 정부의 압력에 못이겨 올해 들어 임금을 인상했다. 그러나 인상률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사상 최대의 순익이 무색할 정도다.

일본 제3의 자동차 메이커 혼다는 2014년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자본지출을 10% 줄일 계획이다. 같은 기간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의 자본지출도 2%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후지쓰연구소의 마틴 슐츠 수석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의 투자·지출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기업들은 내년 수요 전망을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일본 경제의 가장 큰 과제가 "정부 지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민간 투자 확대로 성장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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