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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늦여름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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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제 풀에 물러날 말미도 주지 않은 채 추석이 다가왔다.

올해 추석은 38년래 가장 일찍 찾아온다. 1976년 추석도 올해와 같은 9월8일이었다.
수확할 시기는 한참 남았는데 추석을 준비하는 수요가 늘어 과일 값이 뛰었다. 정부는 1일 전국 시도 관계자가 참석한 회의를 열고 명절 성수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를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들썩이고 정부가 단속에 나서는 양상은 한가위가 특히 이른 올해 빚어진 것은 아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추석이 예년에도 대개 수확ㆍ출하기보다 몇 주 일찍 돌아오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올해까지 15번의 추석을 보면 9월 초순 1번, 9월 중순 6번, 9월 하순은 5번으로 9월이 12번이다. 지난해 추석은 9월19일이었다. 10월은 2001년(10월1일), 2006년(10월6일), 2009년(10월3일) 3번뿐이었다. 추석의 80%가 9월에 몰린 것이다.
온난화가 진행돼 이제 9월은 가을이라기보다 늦여름에 가깝다. 올해 추석의 낮 기온은 26~28도로 예상된다. 추석 기분이 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도, 기후로도, 정서적으로도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하기 어려운 게 음력 8월15일 추석이다.

이제 추석을 지내는 시기를 검토할 때가 아닌가 한다. 추석을 들쑥날쑥 하지 않게 양력으로 바꾸고 시기를 늦추자는 말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이렇게 주장한다. 이 부회장은 전통의 의미를 계승하면서 기후변화로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추석을 주요 농산물의 수확이 끝나는 양력 10월 중순으로 옮기는 것을 제안했다(이승철ㆍ'양력 추석'이 필요한 이유ㆍ중앙일보 2013년 9월17일자). 그는 "양력 명절이 전통과 다르고 보름달이 없다는 정서적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조상들이 농사를 지을 때 썼던 24절기가 사실은 양력이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추절을 우리에게 전해 준 중국인은 이 명절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보낸다. 중추제(仲秋節)에는 사흘만 쉰다. 춘제(春節ㆍ설) 연휴는 공식적으로 7일이지만 회사ㆍ개인에 따라 더 긴 연휴를 보내며 이 때 고향을 찾는다. 가을에는 건국을 기념하는 10월1일 국경절 연휴에 7일을 쉰다.

전통은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끊임없이 새롭게 바꿔 나갈 대상이다. 전통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켜 새것을 만들어 가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접근을 추석에 적용하면 어떨까.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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