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현대차가 디젤세단을 만들면서 중형차급인 쏘나타가 아닌 그랜저를 택한 건 수입차로 눈을 돌린 고객을 앗아 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수입차까지 선택지를 넓힌 잠재고객이라면, 쏘나타보다는 한 단계 위로 꼽히는 그랜저로 어필하는 게 성능이나 편의사양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디젤세단을 택하는 가장 큰 요인인 연료효율(연비) 측면에서만 보면 작은 차가 유리하겠지만 연비를 조금 손해보더라도 조금 더 나은 상품성을 갖춘 차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디젤엔진 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해도 요즘 가솔린세단에서는 접하기 힘든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남아있기 마련인데, 그랜저 디젤은 이를 잘 잡았다. 국내 소비자가 유독 NVH(소음·진동)에 민감한 점을 감안하면 그랜저 디젤의 정숙성은 충분한 셀링포인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디젤세단답게 연비도 잘 나온다. 최근 수입 디젤세단이 공인연비에 비해 실제 주행하면서 연비가 더 좋은 점을 부각하고 있는데 그랜저 디젤 역시 같은 주장을 해도 될 법할 정도다. 18인치 타이어가 달린 상위트림을 타고 인천 영종도 일대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를 3시간 넘게 주행한 결과 트립에 찍힌 연비는 ℓ당 14.4㎞가 나왔다.
편안하고 경제적인 운전을 원하는 이에게는 매력적인 차겠지만 재미있고 역동적인 운전을 원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동급 가솔린 그랜저와 비교하면 초반 가속시 한발 앞서 추진력을 얻지만 다소 밋밋한 느낌이다.
단 일정 속도를 넘겨도 꾸준히 안정감 있게 속도를 내는 편이다. 시속 150~160㎞도 2500rpm 언저리에서 충분히 소화한다. 기본적으로 그랜저라는 차가 고급 패밀리세단을 지행하는 만큼 스티어링의 반응속도가 즉각적이라는 인상을 주진 않는다.
이번 시승코스에는 송도 도심서킷이 포함돼 있어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회전해 볼 수 있는 구간이 있었는데, 속도를 줄이며 회전할 때는 좌우출렁임을 잘 잡아주는듯했으나 급격히 돌 때는 잔상이 한동안 남는다. 차체자세제어장치(VDC)는 조금만 차가 흐트러지면 금새 작동하는 반면 다시 풀리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차가 있는듯 느껴진다.
그렇지 않아도 하이브리드가 추가되면서 그랜저 고객은 점차 젊어지는 추세였는데 디젤이 가세하면서 이 속도는 더 올라갈 것 같다. 최근 사전계약을 받은 결과 디젤은 30~40대 고객비중이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모델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추면서 그랜저는 올 초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디젤 역시 같은 영광을 다시 한번 누리게 해줄 충분한 가능성을 지녔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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