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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통제냐 개인 권리냐…'잊혀질 권리' 후폭풍

최종수정 2014.05.16 15:59 기사입력 2014.05.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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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판결은 검열 공익적 논란이 될 것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유럽 최고법원의 '잊혀질 권리' 판결 후폭풍이 거세다. 개인 권리의 진일보한 실현이라는 평가와 달리 여론 통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과거 기록을 현실에 맞춰 재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하는 본질적인 질문도 쏟아진다. 우리 정부도 잊혀질 권리를 장기적 과제로 삼은 만큼 부작용이 없도록 적절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위키백과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는 1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이런 광범위한 검열은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판결 내용에 언급된 정보는 저널리즘의 한 부분이며, 자연스러운 정보의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13일(현지시간) 유럽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스페인 남성이 과거 자신의 부채 기록에 관한 신문 기사가 구글 검색 결과로 표시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기사를 삭제할 것을 구글에 명령했다.

지미 웨일스는 바로 이런 저널리즘 정보를 잊혀질 권리에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과거 기록이 현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삭제를 요청하는 것은 잊혀질 권리를 과도하게 해석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실제로 이번 판결 이후 모 정치인이 과거 자신의 부정적인 행적의 기사가 검색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구글에 요청했다고 BBC는 전했다. 또한 아동 성폭력 사진을 소유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다른 남성은 검색 정보에서 해당 판결 내용을 지워줄 것을 청원하거나, 환자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검색결과 목록에서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잊혀질 권리는 당사자가 사망해 자신의 정보에 대한 관리 또는 대응이 불가능하거나,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사실과 다른 정보로 입게 되는 피해를 막자는 취지로 논의돼 왔다. 약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것이 잊혀질 권리의 기본 사상이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약자의 권익보다는 여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역사적 기록이 현재와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과거 기록을 수정해야 하느냐는 인터넷 시대의 저널리즘 딜레마도 남겼다.

우리 정부도 잊혀질 권리 도입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잊혀질 권리의 기본 정신에 맞게 그 대상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헌영 광운대 법과대학 교수는 "잊혀진 권리(원칙)를 인정하는 것은 의미있는 판결"이라면서 "다만 잊혀질 권리의 대상을 무한 확장하게 되면 공적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삭제가 아니라 검색 결과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보존은 하되 공개는 안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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