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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대한민국 정치는 실패했다"

최종수정 2014.04.27 11:35 기사입력 2014.04.27 07:07

"우리 국회는 어쩌다 엉터리 해운법을 만들었을까"(종합)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감춰졌던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여객선 출항 전 정원 초과, 과적, 화물 고정여부를 점검해야 할 책임을 가진 운항관리자가 잘못을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사실이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났다. 국회가 법 만드는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주요원인으로 화물 과적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세월호는 지난해 2월 취항 이후 1년2개월 동안 상습적으로 과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과적의 이면에는 운항관리자의 의무 소홀이 있었다. 이들의 의무 소홀 뒤에는 죄를 지어도 처벌할 수 없는 해운법의 오류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이같은 오류 뒤에는 운항관리자들에게 맡은 바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과 무능이 감쳐줘 있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2일 한국선급으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세월호에 적정 수준의 평형수(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에 싣는 물)가 실리지 않아 복원력(평형이 깨어졌을 때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힘)이 깨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선급에 따르면 세월호는 여객실 증설 등의 영향으로 화물량은 줄이고 평형수를 더 실어야 복원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조 이전에 비해 화물은 줄이고 평형수를 더 많이 실어야 배의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하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세월호는 거의 모든 항해 때마다 적정 화물량을 크게 초과한 싣고 다닌 것이다. 만재 흘수선(배가 물에 잠긴 정도)을 보고 과적 여부를 판단했다면 화물이 많이 실렸을 경우 그 무게 만큼 평형수는 적게 실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해운법 등에 따르면 이같은 과적 등을 단속하는 이가 운항관리자다. 만약 운항관리자들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세월호의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12년 해운법 개정 당시에 법규를 엉터리로 만드는 통에 운항관리자들이 잘못을 짓더라도 처벌할 수 없게 됐다. 법을 위반해도 처벌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법을 지킬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정된 해운법은 운항관리자들에게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왜 죄가 있어도 처벌을 못할까?
2012년 5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해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해운법 개정안은 정부제출 법안 3건과 의원발의 법안 4건이 국토교통위원회 대안으로 묶인 법안이었다. 개정내용에는 22조 운항관리 규정에 신규 조항을 삽입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신규 조항이 만들어짐에 따라 기존 조항들은 한 줄씩 밀리게 됐다. 밀리게 된 조항중에는 ‘3항(개정전) 운항관리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21조에 따른 운항관리규정의 준수와 이행의 상태를 확인하고, 항만에 드나드는 여객선등을 확인하며, 선원을 교육하는 등 안전운항을 위한 직무와 지도에 충실하여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처벌조항은 손보지 않았다. 처벌조항인 해운법 57조는 22조3항을 위반한 사람의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뒀다. 법개정으로 인해 ‘22조3항을 위반한 사람’을 ‘22조 4항을 위반한 사람’으로 고쳐야 했지만 이를 빠뜨린 것이다. 졸지에 57조 처벌조항은 엉뚱한 조항을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이 되었다.

처벌을 할 수 없는 이 법이 왜 중요할까?

엉터리 개정으로 처벌조항을 상실한 22조 3항(개정후 4항)은 시행규칙 등을 통해 운항관리자들에게 몇가지 의무사항을 부여했다. 이 중에 핵심적인 내용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안전을 위해 승선정원 및 적재한도 여부를 확인하는 것과 구명기구, 소화설비 등을 완비했는지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해운법 시행규칙 15조9) 둘째는 운항관리규정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양경찰청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해운법 시행규칙 15조10)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천해양경찰서가 승인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세월호의 재화중량은 3963t으로 한국선급이 분석한 3794t 보다 많았다. 실제 세월호는 사고 이전부터 복원력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운항관리자가 과적문제를 바로잡거나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 변경이 필요하다는 보고가 해양경찰정장에게 제출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물론 해운관리자는 선주들의 모임인 해운조합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처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정부 당국의 강력한 법집행 의지가 있었다면 운항관리자는 원래의 입법취지대로 여객선 사고를 예방하는 제역할을 다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국회는 어쩌다 이 엉터리 법을 만들었을까?

적어도 해운법이 엉터리로 만들지 않을 수 있었던 여러개의 관문이 있었다. 다만 그 관문이 모두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 오늘날 엉터리 해운법이 등장한 진짜 이유다. 이는 우리 국회의 숨겨진 문제점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엉터리 해운법의 일차적인 책임은 관련 법률안을 발의했던 국회의원들에게 있다. 부실한 의원입법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2012년 해운법 개정안이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심사했을 당시 문제의 22조의 조문을 바꾸자고 했던 의원이 두 명이 있었다.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과 최규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두 명이었다. 두 사람의 법안은 차이는 있지만 22조에 새로 1항을 추가하는 형식은 같았다. 하지만 이들의 법안에 따르면 22조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칙조항인 57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다.

설령 의원발의에서 미비했더라도 상임위와 법사위 심사과정에서는 이같은 오류가 바로 잡혀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상임위 전문위원의 검토과정이나 상임위 위원들의 법안 심사과정에서 법안 내용이 문제가 있다는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이 법은 법률상의 오류를 그대로 유지한 채 상임위원회 위원장 대안으로 최종 성안됐다. 당시 국토해양위 상임위원장은 새누리당 소속의 장광근 전 의원이었다. 장 전 의원은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해 해운법 개정안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장 전 의원은 2012년 7월 한국선주협회 고문으로 추대가 거론되기도 했었다.

통과된 대안은 본회의 통과까지 5개월의 시간이 있었지만 아무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법률은 2011년 11월17일 국토해양위에서 대안을 가결했지만, 법안 내용이 공개된 것은 본회의 통과일인 2012년 5월2일이었다. 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불 수 있는 사람은 해당 상임위원과 의원실 관계자, 국회 관계자 정도였다. 위원장 대안 제도의 비공개성 등의 문제점은 그동안 시민사회 등에서는 지적되어왔다.

국회 상임위에서는 유사 법안들을 심사할 때 관련 법안들을 묶어 해당 상임위 위원장 대안을 만든다. 위원장 대안은 법안들이 복잡하게 난립하는 것을 막는 한편으로 상충되는 법안 내용에 대해 절충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원장 대안은 본회의 심사 몇 시간 전 또는 본회의 통과 이후에나 세상에 공개된다. 상임위를 거친 이후 법사위를 거쳐야 최종 법안이 공개되는데, 법사위를 통과하는 시점이 본회의 직전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임위에서 복수의 법안을 합해 대안을 만들더라도 해당 대안 내용은 법안 통과 전에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위원장 대안이 성안되어 세상에 알려졌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법안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위원회에서 대안이 만들어진 뒤에 법사위에서도 별다른 쟁점이 없었던 해운법 개정안이 본회의 의결까지 이렇게 오래 시간이 걸린 것은 2012년 총선이 큰 역할을 했다. 재선에 도전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해 국회를 떠나는 의원들에게 있어서 법안 처리는 부차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관심사는 선거에 이기거나 국회를 떠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몰렸을 것이다. 실제 2012년 5월2일 본회의는 18대 국회 마지막 국회로 당시 의장이었던 정의화 의장직무대행은 "총선을 치른 후에 본회의를 개의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서 오늘에서야 본회의를 열게 된 것을 국민 여러분들에게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18대 후반기 국회의장이었던 박희태 의원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영향으로 의장에서 물러났다) 때문에 총선 등의 영향으로 의원들의 법안 심사가 집중되지 않았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본회의에 앞서 법안의 문제점 등을 검토해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문제의 법은 오류가 잡히지 않았다. 법사위는 해운법을 두 차례 심의했지만 전문위원의 발언 외에는 해운법의 내용에 대해 발언한 의원은 없었다. 전문위원 역시 해운법의 오류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속기록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법사위원장이 법안에 대해 질의할 사람을 묻자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운법 개정안은 법사위를 통과됐다. 그리고 이 법은 본회의에서 151명의 의원이 투표에 참여해 150명이 찬성하는 압도적지지 속에서 통과됐다.

이후에도 법안은 바로 잡힐 기회가 있었다. 국회법 97조에 따르면 ‘본회의는 의안의 의결이 있은 후 서로 저촉되는 조항·자구·수자 기타의 정리를 필요로 할 때에는 이를 의장 또는 위원회에 위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회의를 통과했더라도 실수가 있을 경우에는 이를 바로잡도록 한 것이다. 바로 잡아야 할 일차적 책임은 의장과 위원회 위원장에게 있지만 국회사무처의 경우에도 오류 사항을 바로잡지 못했다.

당시 국회사무처는 본회의를 통과한 해운법의 한 줄씩 밀림에 따라 손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파악했었다. 본회의에서 바로잡지 못했던 57조의 일부(1항을 2항으로 수정)를 손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22조 3항이 4항으로 바뀐 부분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았다. 국회사무처 역시 법령을 바로잡을 수 있는 최후의 골키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국회는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 역시 엉터리법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법 개정안에 따라 시행령 등을 만들면서 면밀하게 살폈을 당시 국토해양부는 법의 문제점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법개정을 위해 미적댔다는 정황은 여러곳에서 드러났다. 정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신속한 개정을 위해 의원입법을 통해 개정에 나서려고 했었다고 주장하지만, 2년의 시간이 경과되는 동안에 누구도 손댔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의 법개정 의지가 사실상 없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해운법의 오류는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4일 해운법개정안을 발의함에 따라 바로잡힐 수 있게 됐다. 이 의원은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뒤늦게 27일 해운조합이 맡았던 운항관리 기능을 이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26일에는 운항관리자가 해운법 22조4항 등에 규정된 법을 제대로 준수하도록 만들겠다고도 했다. 운항관리자는 출항 전에 선장과 함께 합동으로 안전점검을 하도록 하고, 출항 전 점검보고서를 바탕으로 승선인원·차량·화물 등을 전산 발권기록과 대조하며 구명정·구명뗏목 등 안전시설 이상 유무도 확인하고, 선창에서 화물 과적 여부나 고정 상태 등도 점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대책은 해운법 22조4항을 제대로 지키게 하면 될 일들이었다.

2004년 3월24일 미 의회 9·11 테러관련 청문회에서 리차드 클라드 전 백악관 테러담당보좌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정부는 국민 여러분을 지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국민을 지켜야 하는 저희들 역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국민들이 제게 바래왔던 기대를 지키는데 실패했습니다"(Your government failed you. Those entrusted with protecting you failed you. And I failed you.)라고 말했다. 이후 클라크 전 테러담당보좌관은 "부시 행정부가 테러경고를 묵살했다"며 9·11 테러에 대한 미국 정부의 문제점을 온 세상에 공개했다.

우리 역시 다르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은 세월호 침몰을 미연에 막아내는데 실패했다.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데도 실패했다. 남은 유가족과 국민을 위로하는데도 실패하고 있다. 그리고 엉터리법 때문에 죄 있는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데에도 실패할지 모른다. 클라크 전 테러담당보좌관의 자기반성과도 같은 증언을 우리 역시 들을 수 있는 순간이 올 수 있을까?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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