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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돌발행동' 피에의 의욕만 새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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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펠릭스 피에[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의 펠릭스 피에[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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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펠릭스 피에(29)는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 중견수다. 2007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 볼티모어 오리올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에서 통산 425경기를 뛰었다. 그 성적은 타율 0.246 17홈런 99타점 21도루다. 주전으로 뛴 경기는 많지 않았지만 나름 괜찮은 이력을 쌓았다고 있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뛴 도미니카 출신 선수들은 대부분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피에 역시 그럴 것 같다. 아직 16경기밖에 뛰지 않았지만 타율 0.305(59타수 18안타) 10타점 9볼넷으로 선전하고 있다.

도미니카 출신 선수들은 대체로 표현에 거리낌이 없다. 좋고 싫은 의사를 분명히 한다. 우리의 시선으로 가끔 예의에 어긋나 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 심성은 곱다. 글쓴이와 함께 뛰었던 도미니카 선수들은 국내선수들과 식사를 거의 함께 했다. 펠릭스 호세, 에밀리아노 기론 등이다. 경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올 때면 식당에 가자고 졸랐고 삼겹살, 김치찌개 등을 먹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다른 외국인선수들과 확연히 달랐다. 그래서 리그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본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 글쓴이는 승부욕을 꼽고 싶다. 이기고 싶은 마음은 모든 선수가 같겠지만 이들은 조금 더 했다. 태생적으로 머릿속에 ‘헝그리정신’이 새겨진 듯했다. 그래서인지 팀워크를 매우 중시했다. 국내 선수들과 늘 트레이닝을 함께 하려 했고 나이가 어린 선수를 한 명이라도 더 챙겼다. 그러다가 코치라도 마주치면 항상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그들은 팀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시 피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최근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힌 행동은 팬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16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다. 4회 수비 무사 1, 2루에서 외야를 지키던 중 갑자기 2루 쪽으로 향했다. 부상으로 인한 교체나 다른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한화 벤치는 통역과 트레이너를 동시에 그라운드로 보냈다. 피에는 멀쩡했다. 2루 베이스 근처에서 통역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는 투수 케일럽 클레이(26)에게 몇 마디를 하고 돌아갔다. 실점 위기에 몰린 클레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최수원 주심은 ‘경기 스피드업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한화 벤치에 경고를 했다.

케일럽 클레이[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케일럽 클레이[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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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중단시키는 행위는 분명한 잘못이다. 특히 외야에서 마운드로 다가간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책임의식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 피에는 나름 메이저리그 출신 베테랑으로서 같은 외국인선수 클레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을 것이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고 평소 자주 어울려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마운드에 토종투수가 서 있었다면 절대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을 것이다. 더그아웃에서의 과도한 응원과 이날 고동진과의 수비에서의 엇갈린 행동 역시 결국 잘해보자는 표현으로 봐야 한다. 글쓴이는 개인적인 성향의 외국인선수보다 피에와 같은 선수가 오히려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다른 야구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대체로 일본보다 한국을 더 선호한다. 연봉은 비교적 적게 주지만 토종선수들이 팀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에 많이 감동한다고 한다. 한화는 올 시즌에도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선수까지 의욕적으로 경기를 하기에 그 미래는 어둡지 않다. 의기소침해진 토종선수들이 피에를 보며 의욕을 되찾길 기대해본다.

마해영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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