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처럼 봉황은 모든 새의 우두머리로 꼽힌다. 앞은 기러기, 뒤는 기린의 모습이고 목은 뱀, 꽁지는 물고기, 용과 같은 비늘, 턱은 제비, 등은 거북이를 닮았다는 문헌 속의 새 봉황은 세상을 평안하게 하는 훌륭한 군주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의 상징으로 봉황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상상 속의 동물인 봉황이 실제 존재하는 동물이었다면 지금 복원할 수 있을까.
무분별한 자연의 개발로 야기되고 있는 급격한 지구환경 및 기후 변화와 더불어 발생되는 인위적 생태계 변화는 더 많은 자연계의 유전자원들을 멸종으로 몰아가고 있다. 가축 유전자원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경제적 가치만을 지향하며 무분별한 외래종이 도입돼 육종사업에 활용되면서 재래종들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일부는 악성질병의 확산으로 소실되는 유전자원도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가축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방법에는 축종별로 차이가 있다. 포유류의 경우 정자, 난자 그리고 수정란과 같은 생식세포와 체세포를 동결 보존해 필요할 경우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체세포 복제기술 등을 활용해 복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재래 닭을 포함한 가금류의 경우 이러한 방법으로 복원이 힘들다. 가금류의 경우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중요한 유전정보가 암컷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지만 암컷의 수정란인 계란 속 난황을 동결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이 현재로선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두루미, 매, 황새 등 60여종의 토종 조류들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조류의 12%인 9800여종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전 세계가 점차 글로벌화되면서 전통 문화들이 사라지고 외국문화가 유입되면서 사고방식도 서구화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화가 바뀌듯이 재래가축들도 점차 멸종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 문화를 다시 회복시키기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유전자원 또한 마찬가지다. 부디 가축 유전자원 보존 및 복원 연구를 통해 먼 훗날 땅에서는 오계를 하늘에서는 봉황을 볼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박수봉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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