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역 중소은행인 충칭은행이 다음 달 홍콩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공개한 600페이지 분량의 회사 관련 자료에서는 수면 아래에 있었던 은행권의 눈속임 대출 관행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충칭은행이 지방정부 금융기관(LGFV)에 직접 대출해준 자금 규모는 지난 4년간 큰 변화가 없다. 올해 6월 말 기준 LGFV 대출 잔액은 107억위안을 기록, 2010년 말 117억위안, 2011년 말 112억위안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중국 정부가 은행권의 무분별한 지방정부 대출을 제한하자 충칭은행도 대출한도를 2011년 수준 아래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은행에서 지방정부로 흘러들어간 돈은 훨씬 많았다. 6월 말 현재 은행은 신탁회사가 발행하는 신탁수익권을 통해 69억위안을 지방정부에 투자했고 증권회사가 파는 자산관리상품(DAMP)을 통해 15억위안을 지방정부에 대출했다. 충칭은행은 지방정부 대출이 아닌 금융상품 투자 명목으로 자금을 집행한 것이다.
6월 말 현재 충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신탁수익권 규모는 264억위안, 증권회사의 자산관리상품 은 38억6000만위안이다. 은행이 집행한 전체 대출의 36%에 해당한다.은행이 신탁회사와 증권회사에 투자한 돈 가운데 40% 가량은 LGFV, 부동산개발업체, 석탄채굴회사, 화학업체 등 정부가 은행 대출을 제한하고 있는 분야로 들어갔다.
충칭은행은 신탁회사와 증권회사를 통해 실제 집행한 대출은 늘었지만 장부상 '대출' 항목에 기록되지 않아 예대율은 오히려 줄어드는 덕을 봤다. 6월 말 현재 충칭은행의 예대율은 60.8%를 기록, 2011년 말 71.7% 보다 크게 줄었다. 은행 당국은 은행권 예대율이 7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가 '그림자금융' 규모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2012년 말 기준 그림자금융이 20조5000억위안에 이르며 이것은 국내총생산(GDP)의 40%에 해당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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