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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화폐 300년 史 디지털 쿠데타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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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인간이 화폐를 쓰기 시작한 것은 3000년 전이다. 리디아에서 동전이 발명됐고 그것이 시장(市場)을 탄생시켰다. 산업혁명 이후 생겨난 근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돈'이 만들어낸 인간 공동체의 위대한 얼개였다.

이탈리아에서 은행이 생겨나고 지폐가 일상 거래에 쓰이면서 화폐경제는 인류의 삶과 제도와 조직을 바꿨다. 봉건제를 무너뜨렸고 경제력의 기반을 토지에서 주식과 채권, 기업의 소유로 변모시켰다.
2009년 인류의 3000년 화폐시스템을 뒤집을 만한 어마어마한 쿠데타가 일어났으나,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탄생한 것이다. 이 신생화폐는 올 1월까지만 해도 달러 대비 가치가 13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4월 중순이 되자 266달러까지 치솟는다. 다시 떨어지긴 했지만 10월 현재 다시 치솟아 200달러대를 웃돈다.
비트코인, 화폐 300년 史 디지털 쿠데타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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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실물이 없는 디지털 화폐로, 중앙은행은 물론 통제적인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화폐의 발행과 관리가 이뤄진다. 수평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참여자 모두에 의해 관리와 운영이 이뤄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금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점이 일반 전자금융 거래와는 다른 것이다. 앞으로 발행될 화폐량이 미리 정해져 있으며 100년쯤 지나면 발행이 끝나도록 되어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전화기에 날개를 달고 컴퓨터를 장착한 것이 스마트폰이라면 황금에 날개를 달고 컴퓨터를 장착한 것이 비트코인이라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와 뉴욕의 벤처캐피털 등 많은 투자자들은 이미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유니언스퀘어벤처스, 와이콤비네이터 등이 앞장서고 있다. 비트코인은 그 자체가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어서 다른 가상화폐의 등장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폭발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화폐에 대해 별로 감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라는 두 가지 화두가 만나는 지점에 비트코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존 금융비즈니스 모델을 넘어서는 다양한 응용 금융비즈니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일자리도 대량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금융에 대한 접근이 쉬워져 경제민주화를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존 화폐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를 멍들게 하고 환율정책이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는 비판을 생각하면, 이 화폐는 경제적 공평성을 높이는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기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등장한 이 기묘한 가상화폐가 이제는 화폐를 서로 경쟁시키는 놀라운 역사의 서막을 준비하고 있다. 자, 비트코인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보자.

이 디지털 화폐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다. 상황에 따라 가치가 오르락내리락 하며 점점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4월 유럽 재정위기 속에 안전자산으로 유명해져 한 차례 상승한 뒤 조정기를 거쳤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사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비트코인 환전소 마운틴 곡스에 따르면 최근 1비트코인의 가치는 2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20달러(약 23만3640원) 선에 도달했다. 지난 4월의 260달러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상승 기세가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등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꼽았다.

가장 먼저 중국을 꼽을 수 있다.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 바이두(百度)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했다. 바이두는 최근 자회사의 보안 서비스에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했다. 이후 중국에서 비트코인 열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미국 소재 비트코인 거래 중개업체인 트레이드힐의 제레드 케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몇 개월 사이 중국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비트코인 거래업체 코인베이스의 창업주인 프레드 어섬은 "중국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의 규모가 코인베이스보다 10배 이상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비트코인의 주된 사용처였던 암거래 사이트 실크로드가 폐쇄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크로드 폐쇄가 오히려 비트코인에 득이 됐다는 것이다. 실크로드 폐쇄 직후 급락했던 비트코인 가치가 곧 회복되자 이를 지켜본 투자자들이 오히려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게 됐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암거래 수단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실크로드 폐쇄 소식이 USA투데이, PBS 뉴스아워 등 주요 신문과 방송으로 전해지면서 비트코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이가 많아졌다. 이들은 비트코인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덕에 비트코인을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간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는 벤처투자자들의 열기를 최근 소개하기도 했다. 일반인도 비상장 주식거래 사이트를 '즐겨찾기'하고 있다. 비트코인 관련 업체의 주식을 사기 위해서다. 비트코인 투자펀드가 등장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최근의 비트코인 가치 상승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포브스는 그 근거로 바이두의 비트코인 결제 건수가 지금까지 31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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