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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매물·사기 횡행하는 중고차 매매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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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 수도권 직장인 A씨는 최근 세단인 자가용을 짐칸이 넉넉한 SUV로 바꾸려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대기업 계열사라는 한 중고차 전문 사이트에 원하던 모델ㆍ연식의 중고차가 파격적인 가격에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잽싸게 전화로 '찜'을 할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빨리 와서 직접 보고 구매하라"던 매장 직원은 정작 "사실 그 광고는 다른 직원이 잘못 올린 글"이라며 말을 바꿨다. 이어 "다른 물건들을 보여주겠다"며 덥고 습한 날씨 속에 드넓은 중고차 매매 단지 이곳 저곳을 끌고 다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다고 하자 "장사가 안 돼 죽겠다", "타 지역 매장으로 가보자"는 등 붙잡고 늘어지기까지 했다. A씨는 "대기업 계열사가 운영하는 사이트라서 믿었는데 역시나 헛수고였다"며 "인터넷 매물의 대부분이 거짓말이라는 게 진짜라는 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과 고유가로 자동차 구입이 신차 보다는 중고차 위주로 전환된 가운데, 소비자들이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피해를 당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기준 자동차 이전 등록건수(중고매매)는 연 332만 여건으로 신규 등록(신차 구매) 건수의 두배를 넘는다. 이는 새 차를 사는 사람보다 중고차를 사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A씨 사례처럼 허위 매물을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 내놓는 경우는 그나마 약과다. B씨는 지난 3월 중고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얼떨결에 계약서에 사인했다가 나중에 살펴보니 영업사원에게 수수료 30만원을 과다 지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항의했지만 계약서에 "기타 모든 비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며 환불을 거절당했다.

사고가 난 차량인데도 '무사고'로 속여서 팔아먹는 사례도 많다. C씨는 지난해 9월 매매업체를 통해 "단순 사고 밖에 없었다"는 광고를 믿고 일제 혼다 CR-V를 구입했다. 그러나 나중에 전파에 가까운 대형 사고를 당했던 차량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속은 사실을 알고 환불을 요구해도 요지부동였다.
미터기를 조작해 주행거리를 속이는 사례도 빈번하다. D씨는 지난해 1월 뉴싼타페 중고차를 구입하면서 주행거리가 18만2000km인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나중에 차를 수리하다보니 주행거리가 무려 34만4000km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또한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 당했다.

요즘 많이 늘어난 '중고차 품질 보증'도 믿을게 못 된다. E씨는 지난해 3월 카니발 중고차를 구입했다가 품질보증기간 내에 워터펌프, CRDI 인젝터 오일 누유 등이 발견돼 매매업체에 무상 수리를 요구했다. 매매업체측은 "성능 상태 점검자에게 책임이 있지 우리는 잘못이 없다"며 수리비 부담을 거부했다.

특히 많은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구입할 때 '믿고' 참고하는 '성능ㆍ상태 점검 기록부'도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차량 상태와 달라 구매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잦다. 한국소비자원 광주지원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호남ㆍ제주지역에서 발생한 중고차 소비자 피해 156건 중 "정비업체가 작성한 성능ㆍ상태 점검 기록부가 실체 차량 상태와 다르다"는 것이 64.1%(100건)으로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주행거리 조작, 사고 이력 및 성능 불량 은폐, 하자 발생시 보상 거부 등 다양한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중고차 피해상담은 2010년 1만1083건에서 201년 1만2940건, 2012년 1만564건 등 매년 1만건을 넘고 있다. 정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민원도 2010년 2470건에서 2011년 2680건, 2012년 2722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그러나 피해를 보상 받는 소비자들은 드물다. 소비자원의 지난해 7월 통계 결과 중고차 피해 구제 신청 1352건 중 보상을 받은 경우는 38.8%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한 중고차 매매 전문가는 "싼 게 비지떡이라고 중고차도 제 값을 주고 사야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보험개발원의 사고이력정보 조회를 통해 차량의 사고ㆍ침수ㆍ도난 여부를 확인해보고, 차량을 인수한 후에는 제조사의 서비스센터를 통해 상태 및 정비 이력을 점검해 봐야 하며, 문제가 있을 경우 30일 이내 2000km 이내에 매매업체 측에 품질보증을 요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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