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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愛苦!'의 비밀'..에바 일루즈의 '사랑은 왜 아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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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예나 지금이나 사람에게 있어 사랑 중독증은 치유하기 어려운 병이다. 또한 사랑 때문에 아픔을 겪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 아픔의 행태도 다양하다. 사람들은 동화속 왕자나 공주를 찾느라 엉뚱한 개구리들에게 수없이 입 맞추거나, 인터넷을 기웃거리며 숱하게 짝짓기를 시도한다. 그처럼 시지포스같은 노력이 허망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기를 꺼린다.

늘 사랑에 실패하고도 또 사랑을 찾아 헤멘다. '소개팅'을 하고, '결혼시장'에 매물로 나서고, 술집과 파티에 나선다. 하지만 결국 홀로 집에 돌아와 허전함을 달래기 일쑤다. 설령 관계가 이뤄졌더라도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
지금 세상에는 사랑의 아픔이 널려 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좌절과 좌절 이후의 치유 스토리가 구슬픈 넋두리처럼 흘러 넘친다. 그동안 우리는 사랑에 관한 한 상당부분 '프로이트문화'를 신봉해왔다. 프로이트 이론에 따르면 성적 매력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어떤 사랑을 선호하는가 하는 태도 역시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일찌감치 형성된다. 그래서 가족관계가 에로스 생활을 결정 짓는 척도라는 프로이트 식 논점은 우리가 사랑을 찾고 지키며, 또한 왜 실패하느냐라는 질문을 가장 적절히 설명해주는 이론으로 여겼다. 아무리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프로이트 문화, 즉 사랑을 선택하는 방식이 어린 시절의 결과물이라는 주장은 얼마전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감정사회학의 대가이자 '내일을 사유할 12인의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에바 일루즈의 저술 '사랑은 왜 아픈가'는 프로이트 문화에 정면으로 맞선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심리학적 연구 대상으로만 여겨온 현실에 일루즈는 '사회학적 통찰'이라는 혁명을 감행하고 있는 셈이다. 일루즈는 소비자본주의로 설명되는 현대사회가 결국 그 구성원들이 지닌 감정의 생산과 변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진단한다. 즉 '현대인의 사랑'이라는 사회 풍경을 감정의 '상품화' 또는 '자본화'라는 코드로 읽는다.
프로이트 이전에 섹시함이란 몸과 마음의 건강함을 의미한다. 반면 결혼의 결정권은 각자 개인에게 주어져 있지 않았으며 여자는 남자에게 보호 받는 대신 남자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소비자본주의 하에서 페미니즘의 등장,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확대되면서 성 결정권 및 정체성, 배우자 선택 방식의 변화 등을 겪으며 합리성이 더욱 강조됐다.

남녀의 관계적 지형 변화속에서 성 평등, 자유로운 섹스 등이 애정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실례로 현대의 소비문화는 성 해방을 부르짖는 페미니즘과 나란히 섹스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는 의도적인 신체, 언어, 복장 코드로 성 정체성이 변모했다는 설명이 더해진다. 즉 현대문화에 노출된 섹스자본에 의해 '성 상품 전시장'에서 노골적인 성애 표현, 인터넷 등에 의한 일회적 파트너 선택, 소비와 결부된 성적 코드 등 학습되고 정보화된 성문화가 '사랑'을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애정관계란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낭만적 결합 안에서 새겨 넣으려는 목적으로 감정생활이 행동의 규칙에 따르도록 강제하는 관계"로 정의한다. 즉 "남자는 심리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본래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존재이며, 여자는 자신의 심리적 본성에 따르기만 하면 사랑을 찾기가 쉽고, 더욱 잘 유지할 수 있다"는 통념에 저항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또한 남자와 여자의 감정적 불평등을 생물학과 진화론 혹은 심리발달로 이해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차별을 부풀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금성과 화성 운운하는 얘기가 그것이다. 이런 얘기는 남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결국 남녀의 실질적인 애정생활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 한다.이에 저자는 "페미니즘 또한 사랑의 진정한 열망을 채워줄 수 없으며 생리적으로 아픈 사랑이 더 높은 자존감과 가치를 지녔다"며 "아픔 없는 사랑이 있을 수 없으며 이런 아픔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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