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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쟁이' 하루키가 왔다..'해변의 카프카' 대학로 무대로

최종수정 2013.05.10 12:30 기사입력 2013.05.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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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소년의 성장 여정 초현실적으로 담아..김미혜 교수가 번역, 연출 맡아

'생각쟁이' 하루키가 왔다..'해변의 카프카' 대학로 무대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무대에서 만난다? 언뜻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은유가 많고 초현실적인 상상력이 빈번하게 발휘되는 그의 작품을 무대에서 표현해내기란 여간 까다롭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의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서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도 '토니 타키타니'와 '상실의 시대' 두 작품뿐이다.

연극 '해변의 카프카'는 그런 차원에서 용감하다. 원작 소설 '해변의 카프카'는 하루키가 '태엽 감는 새'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발간하자마자 2주만에 60만부가 판매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렸다. 2005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 10선'에도 올랐고, 국내에서도 출판사 간 선인세 경쟁이 붙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니 하루키의 팬들 입장에서는 이번 연극에 대한 궁금증도 높을 수밖에.

연극판 '해변의 카프카'는 국내에서는 초연이지만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무대에 올려졌다. 미국의 감독이자 작가인 프랭크 갈라티가 2008년 소설을 각색해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이를 다시 국내에서는 김미혜 한양대 연극학과 교수가 연출을 맡아 '한국식 버전'으로 다듬었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 대사와 감성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었다.

김 연출가는 8일 대학로 동숭아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의 라이선스 조건에서는 공연의 대본을 많이 바꾸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미국 버전의 '해변의 카프카'는 이야기 전개가 매우 서양적이어서 논리정연한 과정을 갖추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하루키만의 매력이 살아나지 않는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소설의 여러 대목을 가져오고, 프랭크 갈라티의 대사를 많이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생각쟁이' 하루키가 왔다..'해변의 카프카' 대학로 무대로
작품의 주인공은 15세 소년 다무라 카프카이다. '세계에서 제일 터프한 소년이 되는 것'이 꿈인 카프카는 아버지로부터 오이디푸스왕과 같은 예언을 듣고 자란다. 무시무시한 저주를 피하기 위해 소년이 선택한 방법은 '가출'이다. 집을 나와 시코쿠로 향하는 소년의 모험길과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노인 '나카타'의 여정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들이 길에서 만난 인물들도 하나같이 독특하고 신비하다. 그림자의 절반을 뺏겨버린 여인, 잔혹한 고양이 살인마, 육체는 여성이지만 정체성은 남자인 사서, 유쾌한 호객꾼 등 하루키 특유의 유머감각을 몸소 드러내주는 20여명의 캐릭터들이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감각적이고 신비한 무대를 만들어낸다.

작품은 크게 보면 성장 드라마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관객들에게 쉽게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장편소설 2권 분량을 압축해놓은 데다 인간의 삶을 빗댄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대사도 많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인간의 악마성, 예술의 본성에 대한 질문도 있다. 주인공 카프카 역을 맡은 배우 이호협은 "대본에 관념적인 부분이 많아서 오랜 연습 기간 동안,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줄지를 연구했다. 인물 그대로의 감정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일부 장면은 무덤덤하게 표현해 관객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미혜 연출가는 "고백하자면, 나 역시 하루키 소설의 의미에 대해 물어봤을 때 100% 정답을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연출은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야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아마 이런 의도로 하루키가 쓰지 않았을까' 하면서 배우들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해변의 카프카'는 메타포가 풍부한 소설이다. 사실 대학로에서 재미 위주로 공연을 즐겨봤던 관객들은 소화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연극이 가벼울 필요는 없다."

이번 '해변의 카프카' 연극에서 또 하나의 선물은 노래다. 어쿠스틱 사운드가 인상적인 주제곡 '해변의 카프카'는 한국 버전에서만 들을 수 있다. 무라키미 하루키가 작품에서 '지상에서 없을 법한 신비한 노래'라고 묘사했던 그 음악이다. 제작을 맡은 김영수 PAC 프로듀서는 "한국 연극계의 메카인 대학로에서 세대를 초월해 수준높은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연극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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