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통장은 아내의 수중으로 들어갔고 앞으로는 계획에 따라 사용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아내는 "아이들 교육비에 장바구니 물가는 오르는데, 이것저것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로 아내의 쏘아붙임을 넘어갔는데 잘못은 나에게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16일 추경 편성 브리핑 자리에서 기자들은 "추경에서 12조는 세입경정이고, 그렇다면 지난해 세입을 잘못한 것인데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질문의 포인트는 이해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현 부총리는 "경제 전망에 어려움은 있지만 전망을 바로잡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예산 편성 때 경제 전망치에 오류가 있었고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결손이 생겼다는 해명이었다.
기자들의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현 부총리 왼쪽에 앉아있던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차관은 지난해 예산을 짤 때 예산실장이었다. 세입 경정 12조원에 책임이 없지 않다. 현 부총리의 모호한 답변에 이 차관의 머리 끄덕임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어려운 일일까? 소통이란 게 솔직함에서 시작된다는 상식을 떠올리게 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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