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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대신' 대학가에도 헬리콥터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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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대신' 대학가에도 헬리콥터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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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자녀 주위를 맴돌며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헬리콥터 맘'이 대학가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자녀들의 수강신청 및 정정 등 시간표를 대신 짜주는 것은 기본이고, 향후 취업과 관련한 상담도 대신 받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녀의 모든 것을 챙기려는 부모들이 부쩍 늘면서, 매 학기마다 각 학교 행정실에서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대학가에 부는 '헬리콥터 맘'들의 백태를 살펴보자.

'헬리콥터 맘'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개입하는 부분이 바로 수강신청과 성적 부분이다. 한 대학 행정실의 직원은 "수강 신청 기간에 교수진들의 프로필을 알려달라는 학부모들도 있었다"며 "매년 학부모들의 전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의 직원은 "성적 공시 기간에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가 전화해서 우리 아이 성적을 한 단계 올려달라"며 "이 성적으로 취업 못하면 학교에서 책임질 거냐며 엄포를 놓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A대학교에서는 수강 신청 기간에 자녀의 어머니가 직접 수강신청서를 들고 학교를 방문했다. 이 학부모는 담당직원과 한 시간에 걸쳐 전공 필수과목과 선택과목 중 자녀가 무엇을 듣는 게 좋은지 상담했다. 이 '열정적'인 학부모는 이미 해당 학과의 커리큘럼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었으며, 교양과목 강사진들에 대한 정보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B대학교의 한 과사무실에서는 어느 날 황당한 전화가 걸려왔다.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과외를 받아오던 한 신입생이 대학에 입학하고는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학부모가 과사무실에 전화해 "우리 아이에게 과외를 해줄 만한 석박사급 조교를 구해달라"고 요구한 것. 이 대학 관계자는 "과외에 길들여져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상실한 학생들이 있다"며 "이런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혼자 힘으로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대학에다 과외 선생을 구해달라고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C대학교에서는 학생예비군 훈련과정에서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정규 예비군 훈련 대상자를 위해 학교에서는 오전 8시에 단체버스를 마련해 훈련장에 도착하도록 돼 있었다. 한 학생이 늦잠을 자서 버스를 놓치자 그의 어머니가 학교 담당직원에 전화를 했다. "우리 애가 어젯밤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와서 아침에 늦잠을 잤다. 지금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알려달라"는 게 전화의 요지였다. 이 학교 직원은 "학생이 직접 전화해도 될 일을 학부모가 떼쓰듯 전화해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D대학교의 취업경력센터에서도 학부모의 전화가 걸려왔다. 본인의 자녀가 취업한 회사의 규모에서부터 발전 가능성, 향후 비전 등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D대학 관계자는 "학생 본인이 마음에 들어서 취업을 한 경우였는데, 학부모가 전화해서는 '우리 아이가 갈만한 기업이 아닌 것 같으니 학교에서 아이를 설득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헬리콥터 맘 등장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핵가족화를 들고 있다. 한자녀 가정이 많아지면서 부모의 관심이 해당 자녀에게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최근 기혼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는 1.6명으로, 갈수록 줄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헬리콥터 맘'에 이어 '헬리콥터 대디'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아버지들도 자녀의 일에 적극 개입한다. 한 대학교수는 "지나친 개입은 자녀를 오히려 망칠 수 있는데 학부모도 학생도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다"고 말했다.

최석란 서울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한자녀 가정, 맞벌이 부부 등이 많이 늘어나면서 생긴 사회현상"이라며 "부모들이 자녀의 성공에 대해 관심이 많다 보니까 학교생활의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주고 지도하려는 측면이 있다. 최근에는 학부모들이 인터넷, 휴대폰 등을 이용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적극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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