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신년사에서 밝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환영한다. 사실 대기업에 납품하거나 하도급을 받는 협력ㆍ거래업체에 대기업 주요 부서 임직원의 경조사는 소홀히할 수 없는 행사다.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을(乙)의 관계인 납품ㆍ하청업체로선 절대적 갑(甲)의 위치인 대기업 임직원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두툼한 봉투나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공직사회와 공기업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마침 공무원이 업무 관련 기업에 받은 축의금은 뇌물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관내 사업장의 산업안전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딸 결혼 때 업체 관계자 45명에게 받은 축의금 530만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당사자는 '사교적 의례'임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개인적 친분이 없는데도 업무상 알게 된 사람들에게 문자와 청첩장을 보냈고 업체 관계자들이 축의금을 내지 않을 경우 입을지 모를 불이익을 우려한 점을 감안해 뇌물로 판단했다.
이참에 적어도 '업무상 알게 된 사람들에게 축의금ㆍ부의금을 받지 않는다'는 사회적 룰을 확립하자. 중소 하청ㆍ협력 업체들이 원청ㆍ납품 대기업 임직원과 자녀의 결혼식장이나 돌잔치, 상가를 찾아가야 하는 경제적ㆍ시간적 부담에서 벗어나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을의 위치에 있는 약자의 경제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경제민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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