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 올해는 우리 경제에서 금융의 혈액순환 역할이 중요하다. 저축률 하락, 투자 부진, 저성장, 가계부채 부담, 빈부 양극화 등 우리 경제가 부닥친 난제들을 풀어나갈 실마리의 한 끝은 금융에서 찾아야 한다. 실물 쪽에서 수출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과실의 고른 분배나 고용 촉진 효과는 예전 같지 않으며, 내수를 불러일으키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 금융마저 움츠러들면 안 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중소기업과 서민층의 금융애로 해소'를 강조했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 공동의 하우스푸어 지원 대책'을 서둘러 구체화할 것을 요구했다. 엊그제 기간제 계약직 직원 1000여명 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기업은행의 조준희 행장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도 약속했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업 빙하기'의 활로를 해외 진출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 좋은 말이니 그대로 차질 없이 실천하기를 바란다. 우선은 중소기업ㆍ서민층 지원과 중산층 이하 하우스푸어 지원을 제대로 하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해진 데는 묻지마식 주택담보대출을 남발한 금융권 자신의 탓도 크니 그 해소 과정에서 일정하게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또한 수익성 악화와 리스크 관리에 따르는 부담을 무리한 대출회수와 예대마진 확대 등을 통해 손쉽게 금융소비자들에게 전가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국민이 금융권의 그런 구습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