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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부영 10구단이 세인트루이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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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부영 10구단이 세인트루이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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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전라북도와 부영그룹이 손을 맞잡았다. 지난 13일 10구단 창단을 선포하며 수원시-KT그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위의 우려와 달리 유치에 대한 믿음은 상당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선택을 확신하는 듯했다. 이 때문인지 선포식은 꽤 화려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일까. 행사에서 10구단과 관련해 구체화된 내용은 거의 없었다. 부영은 그룹을 홍보하기 바빴다. 전라북도는 어불성설의 근거자료를 앞세워 주장을 합리화하는데 급급했다. 그간 주야장천 밝혔던 균형적 발전이다.

부영그룹, 홍보가 절실했나
지난 13일 전라북도-부영의 10구단 창단 선포식은 수원시-KT와 판이했다. 수원시-KT는 지난달 6일 창단 의사를 발표했다. 장소는 경기도청 본관 상황실. 행사는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됐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이석채 KT 회장은 함께 등장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짧게 기자회견을 갖고 퇴장했다. 전라북도-부영은 달랐다. 많은 취재진의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롯데호텔에 자리를 잡았는데 1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그 내용의 절반은 부영그룹 홍보. 부영은 KT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홍보에 열을 올린 건 당연한 반응. 하지만 행사에서 부영 측은 기업 소개 영상에 이중근 회장의 스리랑카 봉사활동 다큐멘터리까지 상영했다. 이에 일부 관계자들은 선포식 뒤 “도가 지나치다”라고 입을 모았다.

문제점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발견됐다. 이중근 회장은 10구단에 뛰어든 배경을 묻는 질문에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10구단 창단 추진을 의결한지 얼마 안 됐다. 때문에 (10구단 참여를) 일찍 알릴 수가 없었다”며 “부영그룹은 그동안 많은 사회공헌활동을 해왔다. 프로야구단을 통해 사회공헌 영역을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참여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오래 전부터 10구단 창단에 관심이 있었던 것. 그러나 이날 부영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10구단을 논의한 건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중근 회장은 1년여 전 불거졌던 경기도 접촉설에 대해 직접 부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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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은 구단 운영에 대한 뚜렷한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중근 회장은 “정확한 지원액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야구단을 충분히 운영할 정도는 된다”며 “장사를 열심히 하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창단에 착수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 “10구단의 창단과 발전을 적극 지원해 프로야구의 수준을 높이는 한편 운영에서도 내실을 기해 최고의 구단으로 만들 것”이라며 “1·2군 선수도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를 확보해 프로야구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라고 밝혔다. 부영은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규모 12조5천438억원에 재계 순위 19위(민간기업 기준)의 중견 우량기업이다. 야구단 운영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날 어떻게 내실을 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거의 생략됐다. 프로야구에 대한 고찰의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회장의 말처럼 1·2군 선수를 모두 최고의 선수로 채우는 구단은 전무하다. 더구나 아직 저변이 부족한 프로야구에서 한 구단이 선수들을 싹쓸이할 경우 리그의 수준은 다운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은 벌어지기조차 힘들다.
이날 부영 측이 강조한 신속한 의사결정구조 또한 양날의 검이었다. 부영 관계자는 “권한이 미약한 임기제 대표의 경우 투자 결정시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약점이 있다”라며 “우리는 지분의 80%가 회장에게 있기 때문에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이는 그만큼 운영이 쉽게 중단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9월 중순 프로축구 강원FC는 주식회사 그래미의 회장인 남종현 대표이사가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며 해체설에 휘말렸다. 남종현 회장은 선수단의 구단주는 아니었지만 구단 운영비의 대부분을 충당했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야구관계자는 “부영이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먼저 제시하고 의사결정구조의 장점을 강조해야 옳았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영은 전반적으로 프로야구는 물론 10구단 창단에 대한 파악이 너무 부족해보였다”며 “이미 KT는 이석채 회장은 물론 이사회, 노조 모두가 야구단 창단에 뜻을 모았다. 내부적으로 관련한 사업까지 세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빠른 의사결정구조는 기업이 가진 체계에 불과하다. 그런 사항을 강점으로 내세운 점에 야구인으로서 아쉬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전라북도는 세인트루이스?

전라북도는 이전부터 접근성과 흥행성에서 수원시에 미치지 못한단 평을 들었다. 역전을 위해 내민 카드는 사실상 한 장이었다. 지역안배론이다. 10구단 유치가 수원시로 결정될 경우 수도권에는 5개 구단이 몰리게 된다. 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고려할 때 전주시는 적합한 도시일 수밖에 없다. 물론 수원시는 이 점에서 억울할 수 있다. 경기도에 프로야구단이 전무한 까닭이다. 수원시보다 경기도가 10구단 창단에 먼저 소매를 걷어붙인 건 이 때문이었다. 물론 KBO가 가장 먼저 접촉한 쪽도 경기도였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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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의 카드마저 불안한 형국에서 전라북도는 숨겨놓은 비장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10구단 창단 선포식에서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직접 롤 모델을 제시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전주를 연고로 했던) 쌍방울 레이더스가 팀 해체 직전에는 관중수가 적었던 게 사실”이라며 “관중 동원은 야구에 대한 열기와 구단주의 열정 등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세인트루이스는 인구가 약 31만 명에 불과하나 연간 관객 수는 3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열기만 본다면 미국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전라북도가 세인트루이스를 예로 든 이유는 단순하다. 도내 단일도시 가운데 1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곳이 없다. KBO 규약 상 프로구단의 연고지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을 넘겨야 한다. 이 때문에 처음 10구단 창단 의사를 밝힌 전주시는 군산시, 익산시 등과 함께 공동 연고지를 형성했다. 광역연고제를 채택하며 전라북도는 세인트루이스를 31만 명으로 설명했다. 인구가 적어도 충분히 프로야구단을 흥행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운 것. 이는 어불성설에 가깝다. 세인트루이스 시티의 시민들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을 찾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인트루이스 시티의 인구는 31만 8069명이었다. 광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수는 엄청나게 불어난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세인트루이스 컨트리(99만8692명), 세인트 찰스 카운티(36만5151명), 매디슨 카운티(26만8459명), 세인트클레어 카운티(27만0259명) 등 16개 지역을 세인트루이스 광역권 내에 포함시키고 있다. 지난해 그 총 인구는 281만7355명이었다. 미국 야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부시 스타디움을 찾는 관중의 범위를 세인트루이스 시티로 제한하는 건 코미디”라며 “세인트루이스 시티는 미주리 주와 일리노이 주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옛날부터 동부와 서부의 분기점으로 불렸을 만큼 교통이 좋아 광역권 밖의 팬들도 적잖게 구장을 찾는다”라고 전했다. 전북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세인트루이스를 평범한 시골도시로 표현한 부분에 대해선 “미국 중서부 교육·문화의 중심지다. 백인 중산층이 대거 운집한 도시를 시골로 단정을 짓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사실 전라북도가 가진 강점은 따로 있다. 오랜 야구 역사와 폭넓은 저변이다. 전라북도 측에 따르면 도내 야구인은 무려 1만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야구부를 운영하는 학교는 초등학교 4곳, 중학교 4곳, 고등학교 3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전주고는 지난해 선수 부족으로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리그를 불참하기도 했다. 당시 협회에 등록된 선수는 총 4명이었다. 전라북도는 10구단 창단을 앞당기기 위해 지난 11월 정읍시에 위치한 인상고에 야구부를 신설했다. 하지만 정작 10구단을 유치하는 전주시, 군산시, 익산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장안고, 소래고, 매향중 등에 야구단을 창단한 경기도-수원시와 사뭇 다른 행보다.

전북 현대 모터스도 화났다?

수원시는 10구단 유치를 선언하며 프로축구 수원 삼성과 적잖은 마찰을 겪었다. 야구단에만 너무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유였다. 전라북도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지난해 우승팀 전북 현대의 연고지는 전주다. 선수단이 사용하는 홈구장은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라북도와 4개 시·군은 인근 약 6만㎡에 2만 5천석 규모의 최신식 야구장을 건설해 이를 부영에 25년간 무상 임대해줄 계획이다. 또 야구장 내 부대수익사업에 대한 권리와 야구장 명칭사용권을 함께 제공할 방침이다. 전라북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프로야구단 운영에 있어 자율권을 부여할 예정”이라며 “지자체 스폰서십 및 홍보활동 등 구단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2012년 K리그가 오는 3월3일 전북-성남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9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사진은 전북이 지난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는 모습. 정재훈 사진기자

2012년 K리그가 오는 3월3일 전북-성남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9개월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사진은 전북이 지난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는 모습. 정재훈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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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라보는 전북 출신 축구관계자들의 눈은 고울 리 없다. 올해에만 월드컵경기장 사용료 및 각종 부대시설 이용료 명목으로 전주시설관리공단에 2억 5천만 원을 지급한 까닭이다. 전라북도는 A보드를 비롯한 광고료 명목으로 일정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적적인 구단 운영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구단에서 대신 적잖은 양의 시즌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운영상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축구관계자는 “전북 현대는 지난해와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으로 수천여명의 해외 관중을 유치했다. 그러나 전주시와 전라북도의 지원은 거의 전무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시즌 중이었던 지난 6월 8일에는 구단과 상의 없이 KBS 뮤직뱅크 공연을 강행해 잔디 상태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수단의 간판 스트라이커 이동국은 당시 트위터를 통해 “논두렁 축구하기 싫은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라며 불만을 토로했었다.

지역 축구관계자의 불만은 또 있었다. 10구단 창단 선포식에서 밝힌 김완주 전북도지사의 발언이다. “야구장 신설 지역(전주월드컵 경기장 일대)의 교통이 좋지 않단 평이 있다”라는 질문에 김 도지사는 다음과 같이 답했었다.

“월드컵경기장은 학생들이 경기를 보고 귀가할 때 불편함을 겪었다. 하지만 야구장이 생길 경우 셔틀버스나 시내버스를 배차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다. 월드컵 경기장 부지는 전주의 중심이면서 군산과 익산에서 찾아오기 쉬운 요지다. 수원에 비해 뒤지지 않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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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버스 운행은 전북 현대 측이 이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항이었다. 이와 관련해 관계자는 “구단에서 수차례 요청했지만 시일을 계속 미루다 10구단 유치 때문인지 최근에야 겨우 허락해줬다. 이마저도 일요일 경기에만 5대가 배차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경기장 주차장도 2300여대의 자리만 배정받았다. 이 가운데는 임대시설 사용자가 포함돼 실제 이용 가능한 자리는 1000여대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도시연고제 문제부터 해결해야

KBO는 프로야구단의 연고지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을 넘겨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 때문에 전주시, 군산시, 익산시는 공동 연고지를 형성했다. 10구단 유치를 위한 주도적 지휘는 전라북도가 맡았다. 여기에는 논란이 불가피한 요소가 숨겨져 있다. KBO가 애초 규약에 명시한 건 광역 연고제가 아닌 도시 연고제였다. 이와 관련해 전라북도 측은 “이미 KBO로부터 ‘연합해도 좋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규약 위반이다. 이를 감시해야 하는 KBO가 10구단 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오히려 규약을 위배하고 묵인한 셈. KBO는 사전에 이사회를 설득해 협조를 받았어야 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KBO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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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잡음 없이 매듭을 맺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연말까지 10구단 유치 신청서를 받고 전문평가위원회를 구성, 1월 초까지 평가를 마칠 계획”이라며 “1월 이사회에서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으면 그대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신청서 접수 때까지 이사회가 소집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에 수원시 관계자는 “프로야구단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기도 했지만 경기도와 수원시가 처음 10구단에 뛰어든 건 도시연고제에 적합한 곳이 수원시 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KBO의 명백한 규약 위반에 대해 끊임없이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교수는 “경기도와 수원시는 이미 10구단 유치를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자칫 일이 틀어져 KBO의 규약 위반과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KBO는 엄청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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