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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목을 갖춘 디자인, 시공간을 넘나들어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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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디자인은 겉모양을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사물의 본질을 판단하고 생각의 흐름을 하나의 질서 있는 세계로 인도하며, 이미지를 비상시켜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천재라고 불리는 일본 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Sukiura Kohei)가 파고든 디자인의 정의다. 디자인의 경계가 흐릿해져가고 있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을 외치는 목소리는 있기 마련이다. 소격동에 위치한 갤러리 학고재에서는 ‘디자인의 덕목(The Virtue of Design Furniture)’ 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에서는 한국 전통 고가구, 현대 디자인 가구가 함께 놓여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 디자인이 무엇이며 디자인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 헬라 용에리위스의 램프 '비드 벌브(Bead Bulb)'와 마르탱 세클리의 테이블 'M.G.D', 정상화의 그림 '무제

▲ 헬라 용에리위스의 램프 '비드 벌브(Bead Bulb)'와 마르탱 세클리의 테이블 'M.G.D', 정상화의 그림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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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기본을 생각한다
현대 디자인 가구와 회화를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디자인의 덕목은 무엇일까. 전시를 기획한 김한들 학고재 큐레이터는 이렇게 설명한다. “한국 전통 고가구와 현대 디자인 가구들이 회화와 함께 어우러진다. 이것은 조화를 이룬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뛰어 넘은 어울림이다. 처음 만들어진 제품의 용도를 따르며 실용적이면서도 디자인적으로 부여된 새로운 경지의 심미성을 경험할 수 있다.”

디자인은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위해, 사용자에 가깝도록 의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순수미술과는 차이가 있다. 가구는 생활필수품이다. 그리고 가구에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가구 디자이너들이 고민하는 지점이다. 실용성과 심미성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가구의 기능을 넘어서면 실용성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는데 이것은 가구 본래의 속성을 상실하는 경우다. 전시 제목처럼 디자인의 덕목을 망각한 것이다.
▲ 마르탱 세클리의 'stone stone' 테이블, 피에르 샤르팽의 'Lao'. 벽면에는 로낭과 에르완 부훌렉의 'CONQUES 5', 이우환의 'Dialogue'

▲ 마르탱 세클리의 'stone stone' 테이블, 피에르 샤르팽의 'Lao'. 벽면에는 로낭과 에르완 부훌렉의 'CONQUES 5', 이우환의 'Dia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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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가지 가구 디자인의 덕목
가구는 19세기 미술공예운동이 전개되면서 아르누보와 바우하우스 운동을 거쳐 아름다움과 쓰임새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구 디자인에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기본 원칙이란 게 존재하고 있다.

첫째는 ‘가구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가구 본래 목적을 상실하면 그 제품은 무의미한 것이 된다. 둘째는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킬 합리적인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재료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구조면서 동시에 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도록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넷째, ‘가구는 실내 공간에 미를 부여하는 요소이므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텅 빈 공간에 꽃 한 송이를 두는 것만으로도 공간에 아름다움이 부여된다. 가구 역시 공간을 아름답게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거기에 하나 더한다면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추가할 수 있겠다. 이것은 위의 것을 충족시키면서 더해질 때 디자인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여기서 “좋은 가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나온다. 바람직한 가구는 위 덕목들이 충분히 조화를 이룬 것이어야 한다.

▲ 제임스 얼바인, 'Casino'

▲ 제임스 얼바인, 'Cas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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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에 대해 관람객들은 “전통 가구와 서양의 현대 디자인 가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흥미롭다”고 전한다. 또 “같은 용도의 가구가 시공간과 디자이너의 개성에 따라 갖는 조형미가 재미있다”고 한다.

전시장에서는 이우환, 정상화, 천원지의 모노크롬(1970년대의 주류 미술로서 백색, 흑색, 무채색 중심의 단색조 회화) 회화를 볼 수 있다. 또 ‘뺄셈의 미학’이라고 할 단순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디자인 가구를 볼 수 있다. 마르텡 세클리, 피에르 샤르팽, 제임스 얼바인 등이다. 이들 디자인이 어떻게 공간에 전시될까. 하나의 예를 들면 한국의 전통 소반 인근에 세클리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하나는 수작업이고 하나는 인위적인 세공 기술이 눈에 띄며 극한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두 개 작품은 각기 다른 감각으로 이해되고 서로 그 기능을 존중 받는다. 서로 부딪히지 않는 묘한 공간의 미학. 디자인의 덕목을 충실히 이행한 디자인이 닿을 수 있는 어려운 경지라고 할 것이다.

소격동 학고재의 ‘디자인의 덕목’ 전은 유럽에서 많이 알려졌지만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디자이너 가구를 보고 구매할 수 있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볼 수 있다.

▲ 천원지의 'Breath in Breath out'과 입구 벽면에 걸린 소반

▲ 천원지의 'Breath in Breath out'과 입구 벽면에 걸린 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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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예술이다
▲ 디자인그룹 바오의 가구 디자인

▲ 디자인그룹 바오의 가구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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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리빙 브랜드 전시회 2012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막을 열었다. 20여 년간 매해 15만 명의 참관객이 방문하는 큰 행사로 자리매김한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매년 최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좋은 자리다. 올해는 ‘日常藝術_ 예술이 된 생활 이야기’라는 테마 아래,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가구와 작은 노력으로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가능한 생활소품 등을 대거 선보인다. 다양한 기획 전시가 볼만한데 ‘디자이너 초이스’ ‘리빙 아트’ ‘독일브랜드 특별전’ ‘중국 컨템퍼러리 리빙아트 ‘리빙 브랜드’가 있다. 특히 디자이너 초이스는 굴지의 디자이너 4명이 선보이는 메인 전시다. 이밖에도 ‘까사미아 30주년 기념전’과 다양한 세미나가 준비되어 있다. 일상을 예술로 가꿔 주는 다양한 리빙 디자인을 만날 수 있는 자리, 전시는 삼성동 코엑스에서 11일까지 진행된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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