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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번개처럼 꽂힌 한입의 추억 - '썬더버거'

최종수정 2011.12.19 07:05 기사입력 2011.12.13 06:48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1990년대 후반의 일이다. 영화 취재로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처음 방문했던 기자는 타 매체 동료와 함께 무작정 할리우드에 가겠다며 비벌리힐스 포 시즌즈를 나왔다. 유럽이나 미국 뉴욕에서처럼 중간에 택시를 탈 작정이었다. 바보 같은 짓이었다. 택시는커녕 버스와 지하철 등 공공 교통 수단이 '별로'인 로스엔젤레스 거리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을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겁 없고 '순진(naive)'한 두 한국인이었다. 다섯 시간 남짓 끝이 보이지 않는 선셋 대로를 횡단해 비로소 할리우드 로드에 접어들며 둘은 배를 짓누르는 허기를 경험하기에 이르렀다.


고등학교 때 유행한 '닭대가리' 햄버거 괴담의 신봉자였던 기자는 이후 절대 한국에선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생전 처음 본 상표 '인앤아웃 버거(IN-N-OUT Berger)(이하 인앤아웃)에 들어가 5달러 남짓한 햄버거 세트 메뉴를 시켰다. 한 입 씹자마자 눈이 뒤집혔다. '패티(Fatty)'는 생고기 육질이 그대로 살아있었으며, 냉동 감자가 대세이던 감자 튀김은 그 자리에서 쓱싹 썰어 튀겨낸 '생' 감자 튀김이었다. 인앤아웃과 기자와의 강렬한 첫만남이었다.


한국에 와서야 알았다. 인앤아웃이 '맥도날드'나 '버거킹'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두 절대 강자를 제치고,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햄버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신선한 재료와 저렴한 가격, 드라이브 스루(drive-thru)의 최초 도입 등 인앤아웃은 서부인들을 미개한 짐승 취급하는 깐깐한 뉴요커들도 인정하는 서부의 대표 햄버거 체인이다. 그러나 적은 수의 매장을 고집하는 방침 탓에 미국을 뺀 다른 나라들에서는 아직은 인앤아웃을 만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등 서부의 3개 주에 집중되어 있으며, 최근에야 텍사스 등으로 동진(東進)을 시작한 정도다.


그리 통탄할 필요는 없다. 한국 역시 다국적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의해 지배되고 있지만, 21세기 들어 알음알음 생겨난 소규모 햄버거 가게들이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이태원에 문을 연 '썬더버거 Thunder Burger'는 대놓고 한국판 인앤아웃을 표방하는 곳이다. 100% 냉동 쇠고기인 국내 여타 업체들과는 달리 썬더버거는 100% 호주산 청정 냉장 생고기를 사용하며, 프렌치 프라이는 제주도 '특왕왕' 사이즈의 신선한 감자를 그 자리에서 잘라 튀겨낸다. 하루 걸러 매장에 오는 냉장육은 비법 저온 숙성을 거쳐 최적의 상태로 유지되며, 채소는 매일 아침마다 배송된다. 당일 쓰고 남은 재료는 '칼' 같이 폐기 처분된다. 오리지널과 더블ㆍ더블을 기본으로 치즈ㆍ버섯ㆍ베이컨ㆍ칠리 등 다양한 재료를 얹을 수 있는 단출한 메뉴 구성이나 저렴한 가격대도 인앤아웃을 충실히 벤치마킹한 부분이다. 다양한 메뉴를 갈망하는 '까칠한' 한국 식도락들을 위해 몇 가지의 핫도그를 추가한 것 정도가 인앤아웃과는 다른 점이다.


대성공이었다. '천둥번개처럼 뇌리에 스치는 기막힌 맛'을 내기 위해 이름을 썬더버거로 작명한 것이 먹혔다고나 할까. 문전성시를 이뤘던 이태원 점에 이어 2008년에는 서울 트렌드의 종착지 신사동 가로수길에 썬더버거 2호 점이 생겼다. (현재 공사 중인 이태원 1호 점은 내년 초 재 오픈 예정이다)

기자는 썬더버거에서 치즈와 베이컨 토핑을 추가한 오리지널 버거와 칠리 감자 프라이 그리고 칠리 핫도그를 시식했다. 외양은 다소 달라졌다. 햄버거의 경우 인앤아웃에 비해 채소의 양이 줄어든 반면 고기는 훨씬 두꺼워졌다. 프렌치 프라이도 로스 엔젤레스 버전보다 두 배 가량 두껍다. 기실 아주 유별난 '별미'를 풍기는 아우라는 아니다. 그런데, 한 입 씹으니 기우가 환희로 바뀐다. "햄버거의 생명은 고기와 채소에요. 아주 맛있는 빵을 쓰면 햄버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죠. '적당히' 맛있는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라며 썬더버거 강현수(41) 사장이 위트 있게 한 마디 거든다. 그의 말이 맞았다. 주문과 함께 7분 동안 그릴에서 구워낸 지글지글 생 고기 구이는 과거 로스엔젤레스에서 경험했던 인앤아웃과 완전히 일치했으며, 프렌치 프라이 역시 집에서 튀겨 먹는 것과 동일한 식감이었다.

아마도 인앤아웃이 한국에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다. 인앤아웃이 한국에 없다는 전제를 먼저 깔자. 아직 한국에서는 썬더버거가 인앤아웃을 대신하는 최고의 선택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점은 확실하다.



우리집은// '썬더버거' 강현수 사장


이태원과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썬더버거' 두 곳의 대표를 맡고 있는 강현수(41) 씨의 직함은 실로 다양하다. 강 씨는 평일 낮에는 을지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방사선학과(영상의학과) 조교수 직함으로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는 공학 박사다. 또한 그는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성형외과를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시가 30억 원대 건물을 매입한 건물주이기도 하다.

하루에 두 시간 밖에 못 잘 정도로 바쁜 그가 썬더버거의 사장이 된 것은 어느 정도는 실연과 사업 실패의 아픔 때문이다. 2005년, 잘 나가던 IT 업계 청년 실업가이던 강씨는 일순간 여자와 돈을 동시에 다 잃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 짐에서 웨이트에 열심이던 그는 거기서 썬더버거의 두 창업자를 만났다. 이내 그들과 친구가 된 강씨는 동병상련의 기운을 느끼고 2006년 남은 종자돈 5000만원을 톡톡 털어 썬더버거 사장으로 변신했다. 다음 순서는 승승장구였다. 재료가 없어 못 파는 이태원 점의 대성황에 힘입어 2008년에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썬더버거 2호점을 열었다.

강 씨가 썬더버거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철저히 '가족 경영'이다. 가족이라는 말에서 '일가친척'이나 '족벌' 같은 부정적인 용어를 떠올리겠지만 그건 아니다.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매장을 꾸리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다. 엄청난 돈은 그 행복에 딸린 부산물이다. 그 행복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그는 여전히 하루에 딱 두 시간만 잔다. 참고로, 강 씨는 아직 미혼이다.

식재료 이야기

알고 먹읍시다// '인앤아웃 버거'가 '맥도날드'를 제친 비결은?


대개 '맥도날드'나 '버거킹'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미국 햄버거의 대명사로 여기지만, 정작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햄버거 가게로 꼽히는 곳은 따로 있다. 캘리포니아ㆍ네바다ㆍ애리조나 등 미국 서부 3개 주에서 고작 258개의 매장만 운영하는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이하 인앤아웃)를 미국인들은 단연 최고로 꼽는다. 최근 미국 월간지 '컨수머 리포트 Consumer Reports'가 3만6000명을 대상으로 한 패스트푸드 체인 소비자만족도에서 인앤아웃은 10점 만점에 7.9점으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맥도날드는 5.6점에 그쳤다.

맥도날드보다 7년 빠른 1948년 설립된 인앤아웃의 경영 철학은 '단순함을 지키는 것(Keep it Simple)'이다. 최고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단순한' 경영 철학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평가를 받는 비결인 것이다. 인앤아웃의 최고 장점은 신선한 식재료다. 냉동육을 주로 쓰는 다른 곳과는 달리 인앤아웃은 매일 공급받는 냉장 생고기를 사용하며, 햄버거 빵도 매일 아침 직접 굽는다.(인앤아웃에는 전자레인지나 냉동고가 없다) 프렌치 프라이의 경우도 얼린 감자가 아닌 생 감자를 즉석에서 직접 썰어 튀긴다. 적은 매장 수를 고수해 높은 품질을 유지하며,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다른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인앤아웃은 세 가지 종류의 햄버거와 감자 튀김만 취급한다.

저렴한 가격도 돋보인다. 햄버거와 음료ㆍ 감자 튀김까지 주문해도 5달러가 넘지 않는 수준이다. 또한 단골 고객들만 알 수 있는 '비밀 메뉴'가 존재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위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하여튼 잘 되는 곳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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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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