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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커피맛, 참 眞하다 - 서교동 'COFFEELAB 커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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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적어도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 '다방 커피'로 통하는 싸구려 인스턴트 커피건, '별다방' '콩다방' 등에서 파는 고가의 원두커피건 상관없다. 하루 삼시 세끼를 챙긴 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한 손에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 미식가들을 빼면 대부분은 맛을 잘 알지 못한 채 그냥 커피를 마신다고들 말한다. 커피 꽤 마셔봤다고 자부했던 기자도 여기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었다. 궁금증은 여기서 출발했다. 커피를 제대로 음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인터넷'이라는 광대한 정보와 함께 몇몇 '커피홀릭 Coffeeholic'의 추천과 도움을 통해 커피 맛을 제대로 경험해 보기로 결심했다.



한국의 커피 시장은 최근 들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거리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유명 브랜드 커피 전문점들이 백이면 구십 한국에 들어와 있으며, 국내 브랜드와 개인 사업자가 경영하는 '저가'의 전문점까지 합치면 가히 포화 상태다. 공유ㆍ윤은혜 주연의 TV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2007)의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즉석에서 커피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의 '바리스타(Barista)'가 20대 청춘들의 선호 직업 1순위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의 현상이다. '블루 마운틴'의 나라 일본에 바리스타 교육기관이 10여 개에 불과한 반면, 한국에서는 무려 300~400개의 바리스타 교육기관이 성업 중이다.

어렵게 한 곳을 찾았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와 함께 서울 트렌드를 대표하는 홍익대학교 근처의 'COFFEELAB 커피랩'(이하 커피랩)이 바로 그곳이다. '커피연구소'라는 뜻의 업소 명칭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지난 2005년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방종구 바리스타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커피랩'은 방 바리스타가 엄선, 구입한 생두를 사용해 직접 블렌딩과 로스팅을 거친 원두만을 쓴다. 요즘 많은 커피 전문점들은 '아르바이트'를 구해 짧은 시간 안에 커피 뽑는 법을 익히도록 한 후 실무에 투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너도나도 모두 '바리스타'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방종구 바리스타를 비롯한 '커피랩'의 전 직원 9명이 전문 교육을 이수한 진짜 '바리스타'라는 점은 믿음이 가는 부분이었다.



'커피랩'에서는 아메리카노와 라테ㆍ에스프레소 등 보편적인 커피 외에 다양한 응용 커피들(에스프레소 더블샷 베이스)을 이탈리아 정통 스타일로 만나볼 수 있다. (커피 가격만 1만원을 넘기는 것이 보통인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압구정 로데오의 커피 전문점과는 달리 '커피랩'의 모든 커피는 1만원 미만의 '착한' 가격이다) 에스프레소에 휘핑 크림을 얹은 '에스프레소 콘파냐 Espresso con Panna'와 아이스크림에 진한 에스프레소를 얹어낸 '아포가토 Affogato', 한국에서는 '비엔나 커피'로 불리는 '아인슈패너 Einspanner' 등 에스프레소 기반의 다양한 커피들이 제공된다.



블렌딩(Blending, 서로 다른 원두를 섞는 것)이 아닌 단일 원두의 맛을 원한다면 핸드 드립 '스트레이트 커피'를 선택하면 된다. 귤향기와 쌉싸름한 감칠맛이 강한 '케냐 AA 타투'나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의 밸런스가 훌륭한 '르완다 버번 르와비산두 AA' 등 '커피랩'의 방 바리스타는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등 '일반적' 커피보다는 맛과 향에서 기승전결이 느껴지는 '드라마틱'한 아프리카 커피를 권한다. 또한 '19금 커피'로 명명된 성인 커피 메뉴는 '커피랩'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칵테일 재료와 커피를 혼합해서 만든 일련의 '창작' 커피들이다.


[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커피맛, 참 眞하다 - 서교동 'COFFEELAB 커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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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커피랩' 취재를 간 것은 오전 8시 30분. 내부가 그리 넓지 않아 매장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 전에 취재를 모두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연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바리스타에게 청했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정신이 '확' 들었다. 보통 마시던 아메리카노와는 차원이 다른 진한 맛인데다가, 쓴 맛 뒤에 숨겨진 신 맛 느낌이 강렬했다. 이어 등장한 '사나이 커피'는 도전적인 맛 그 자체인 창작 커피였다. '사나이'라면 꼭 '원 샷' 해야 한다고 해서 방 바리스타가 직접 명명한 '사나이 커피'는 진한 에스프레소와 독한 럼주, 달콤한 우유 거품이 입 속에서 달콤한 설탕과 함께 휘몰아쳤다. 또한 방 바리스타의 현란한 아트웍이 기막힌 이탈리안 카푸치노로 속을 달래고, 뜨거운 에스프레소에 차가운 칼루아와 크림을 올린 '극단적 대비'로 속을 자극한 후, 에스프레소 한 잔과 초코 브라우니와 아이스크림으로 커피 탐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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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카페인에 취해 '해롱'대는 기자에게 방 바리스타가 어떤 커피가 가장 입맛에 맞냐고 묻는다. 다양한 커피의 스펙트럼이 뼛속까지 느껴지는 에스프레소를 첫손에 꼽으니 그가 한 마디 건넨다. "축하합니다. 이제 몸이 반응하는 커피를 찾으신 겁니다."


우리집은// 'COFFEELAB' 방종구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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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맛있는 커피요? 남이 사주는 커피와 고된 일과 후에 마시는 커피 그리고 자신의 기호에 잘 맞는 커피가 가장 맛있는 커피입니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온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의 '커피연구소' 'COFFEELAB 커피랩'의 방종구(38) 대표는 2005년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단번에 스타급 바리스타로 뛰어오른 경우다. 지금이야 바리스타 챔피언십 심사위원과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커피 전문가'이지만, 당초 그는 커피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어릴 때부터 록과 밴드 음악에 심취했던 그는 '먹고 살' 걱정에 학부에서 전공으로 무역학을 선택한 평범한 한국인이었다. 1998년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하던 시절 그는 어느날 학교 근처 커피숍에서 바리스타가 커피 찌꺼기를 '탁탁' 내려치는 소리에 반했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이후 바리스타를 '소명(Vocation)'으로 삼은 그는 미국, 이태리, 덴마크, 스웨덴 등 커피 선진국들을 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접했다. 방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우면동 예술의 전당에서 대표 바리스타로 근무했으며, 이를 발판 삼아 2008년 초 'COFFEELAB'을 지금의 자리에 내기에 이른다.


방 대표는 커피 문화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 커피 한 잔에 과하게 많은 것을 담으려 하는 한국의 요즘 추세가 아쉽다. 그는 커피가 일상으로 온전히 들어온 북 유럽의 커피 문화를 닮고 싶다. "커피의 맛은 판단하는 것이 아니에요. 있는 그대로 느끼고 체험할 줄 아는 '관대함'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잊고 지낸 진리를 새삼 일깨우는 방 대표의 '내공 충만' 충고다.


알고 먹읍시다 // 커피


'신선한 것이 가장 맛있다' 는 만고의 진리는 커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날 볶은(roasting) 원두를 사용한 커피가 가장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당일 볶은 원두 자체의 신선도는 뛰어나지만, 그 원두로 바로 커피로 만들면 그 향과 맛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대략 일주일 정도 볶은 원두를 보관한 후 분쇄해 커피로 내려 먹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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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흔히 발견되는 '카라멜 마키아토(Caramel Macchiato)'는 이탈리아 정통 커피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메뉴이다. '마키아토'는 '얼룩진(Stained)' 혹은 '점 찍은(Marked)' 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커피의 본고장으로 통하는 이탈리아에는 에스프레소에 유유 거품을 얹은 '에스프레소 마키아토(Espresso Macchiato)'와 뜨거운 우유를 유리잔에 담은 후 에스프레소를 올려 젓지 않은 채로 내는 '라테 마키아토(Latte Macchiato)' 등 두 가지의 마키아토가 존재한다. 카푸치노보다는 강하고 에스프레소보다는 부드러운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는 우유 거품과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을 시간 차를 두고 함께 느끼는 것이 핵심이다. 라테 마키아토가 큰 머그 잔에서 부드럽게 먹는 커피라면,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는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먹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산(産) '카라멜 마키아토'는 '카라멜 라테 마키아토'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적당하다. 또한 완전히 뒤섞인 우유와 에스프레소 위에 다량의 카라멜을 드리즐(Drizzle)하면 오직 달작지근한 카라멜 맛만이 입에 남아 커피의 향은 전혀 느낄 수 없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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