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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수업 중 휴대폰 사용이 인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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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기준으로 법인 폰을 제외한 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무려 4800만명이 넘는다. 19세 미만 가입자 수는 756만9000명으로, 그 중 69만명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결국 유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학생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긍정적으로 보면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 보유 국가로 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문명의 산물인 휴대전화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점차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바쁜 일상과 학업으로 인해 좀처럼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주말에 모처럼 시간을 내 외식을 하면서 자녀와의 대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자녀들의 시선은 휴대전화나 게임기에 고정돼 있기 일쑤다. 애달픈 부모의 간곡한 요구나 목소리도 휴대전화나 게임기로부터 자녀들을 분리시키는 데 역부족이다.

가정에서조차 이런 지경인데 학교는 오죽하겠는가?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 이후 최근 교총에 접수되는 교권침해 사건과 고충 등 교직 상담이 부쩍 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의 고충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의 하나가 바로 학생들의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이다. 학교별로 학생 휴대전화 소지 및 이용에 대한 학칙도 제각각이다. 휴대전화 소지 금지, 등교 때 휴대전화 제출 후 하교 시 반납을 전제로 한 소지, 수업 중 사용 금지, 아무런 규정이 없는 경우 등 통상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교총의 설문조사 결과, 교사 65% 이상이 학생의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수업에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어느 여교사는 휴대전화를 수거했는데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지 확인해보니 '제출한 휴대전화가 가짜 폰이었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요즘 학생들은 휴대전화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저출산과 핵가족화 시대에 왕자님, 공주님으로 자란 아이들은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표출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힘든 것을 참아내며, 자신의 화를 자제하는 자기 분노 조절능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한다. 자기 통제력이 약한 학생들은 휴대전화와 분리될 때 극심한 불안감마저 나타낸다. 수업 중 휴대전화를 이용한 음악 듣기, 문자 보내기, 영상통화 등은 여타 학생들과 교사를 배려하지 않음은 물론 자신을 통제하는 의지가 많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런 유형의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여교사의 치마 속을 몰래 찍거나 수업 모습을 찍어 인터넷 생방송으로 내보는 사례까지 생겨날 정도다.

학교가 처한 현실이 이 지경임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등교 후 휴대전화를 회수하고 특정한 시간에만 이를 사용하게 하는 학칙"을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의 특성상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다른 많은 학생들의 수업권과 교사의 교수권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인권국가인 프랑스도 2년 전에 학교 내 학생 휴대전화 소지를 법으로 금지했고, 미국 뉴욕시는 공립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아니라, 아예 '소지 금지' 조치를 내렸다. 영국에서는 최근 수업에 방해될 경우 교사가 학생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일본은 현(縣) 단위 조례로 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더 이상 휴대전화로 인해 학교가 멍들어서는 안 된다. 필자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새 학기부터 교총 차원의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학칙개정 캠페인을 적극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교 내 학생들의 휴대전화 문화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학생, 학부모, 교직사회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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