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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30년 노장' 김정택, 지휘봉 내려놓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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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30년 노장' 김정택, 지휘봉 내려놓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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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30년 간 한 자리에서 수많은 야구 스타들을 길러냈다. 장효조, 양준혁, 마해영, 김상현(KIA), 박정권(SK) 등이 그의 가르침을 거쳐 프로야구에서도 화려하게 꽃피웠다.

30년간 국군체육부대 야구단을 이끌었던 김정택 감독이 6월30일 퇴임했다. 김정택 감독은 1982년 상무 전신인 육군 중앙경리단 초대 사령탑에 오른 이후 단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국내 야구에서 30년간 한 팀의 지휘봉을 잡은 건 그가 처음이다. 국군체육부대 내에서 '왕 감독'으로 불릴 정도다.
그를 거쳐 간 제자들은 약 500명에 이른다. 중앙경리단 시절 장효조, 조종규, 정구선, 우경하 등을 당대 최고 스타로 키워냈고 이후에도 양준혁, 윤학길, 마해영, 김상현, 박정권, 유한준(넥센), 손시헌(두산), 김광삼(LG) 등을 한국야구의 대표주자로 성장시켰다.

감독직을 맡은 건 학창시절 야구와의 인연 때문이다. 부산 성남초교 시절 처음 야구를 접한 그는 부산중ㆍ고에서 투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성적 부진과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1974년 단기 사관 육군 소위가 됐다. 야구공은 대위로 복무하던 1982년 다시 품속으로 굴러들어왔다. 육군중앙경리단이 창설되면서 선수 경험이 있는 그에게 지휘의 권한이 주어졌다.

30년 동안 남긴 성적은 화려하다. 통산 1200경기 이상 출전해 810승을 거뒀다. 6할8푼6리의 높은 승률로 무려 60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특히 프로야구 2군 퓨처스리그에서 지난해까지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선전은 국제대회에서도 이어졌다. 세 차례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2005년 네덜란드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준우승 등의 쾌거를 거뒀다. 당시 선전으로 김정택 감독은 2005년 국제야구연맹(IBAF)이 주는 '올해의 감독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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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잊을 수 없는 대회로 그는 2005년 네덜란드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손꼽았다. 당시 대표팀은 파나마(3-6), 네덜란드(2-6)에게 잇따라 패하며 예선 탈락의 위기를 맞았지만 캐나다전을 7-6의 극적인 승리로 장식하며 기사회생했다. 결승에서 쿠바에게 져 준우승했지만 8강에서 일본을 꺾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김정택 감독은 퇴임사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했다는 사실에 더 없이 행복했다. 내 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함께 했던 박정권, 정상호, 장원삼(삼성), 김상현, 정보명(롯데) 등을 잊을 수 없다"며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는 언제든 성공하게 돼 있다"는 금쪽같은 진리를 다시금 일깨웠다.

다음은 김정택과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37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했다.

김정택(이하 김) 대장정이었다. 돌이켜보면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시간들이었다. 내 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군인정신으로 묵묵히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스투 감독으로 30년 동안 화려한 성적을 거뒀는데.

운이 많이 따라줬다. 감독을 맡은 것부터 그러했다. 선수생활을 오래한 것도 아닌데 국가대표 감독까지 역임했다. 모두 내 능력이라기보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 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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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가 있다면.

1986년 백호기쟁탈 종합야구선수권대회다. 당시 아마추어 최고 대회였는데 한양대와 동국대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동국대와의 결승전은 연장 12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았다. 2-1로 앞선 9회 2사에서 2루수를 보던 윤영환(경성대 감독)이 평범한 땅볼을 놓쳐 동점을 허용했다. 다음날 재경기에서 이기지 못했다면 영환이는 휴전선으로 재배치됐을 것이다.

스투 선수단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빼어난 기량의 선수들이 대부분 프로무대로 진출해 심각한 선수 가뭄에 시달렸다. 특히 투수가 부족했다. 당시 승리를 타격으로 거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을 받아들이면서부터 고민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스투 박정권, 김상현, 유한준(넥센), 정상호 등 많은 선수들이 상무를 거친 뒤 꽃을 피웠는데.

상무는 1.5군에서 2군 선수들을 주로 영입한다. 이들에게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투수력과 타력은 감독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스스로 노력해야만 그 이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지금의 선전은 위기감을 느꼈을 때 열심히 흘린 땀의 결과물이라고 봐야 한다.

스투 2005년 네덜란드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준우승의 쾌거도 빼놓을 수 없다.

어렵게 얻은 쾌거였다. 캐나다와의 예선 3차전에서 졌다면 아마 예선 탈락했을 것이다. 아직도 당시 상황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7회 1사 1, 2루에서 최길성의 적시타로 4-6으로 따라붙은 뒤 이어진 1, 2루에서 박정권이 3점 홈런을 쳐 7-6으로 역전승했다. 당시 수비에서 최훈락(KIA)이 평범한 외야 뜬공을 놓쳐 얼마나 초조했는지 모른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을 정도였다(웃음).

스투 그렇다면 30년 동안 가장 믿음을 안겨준 선수는 누구였나.

양준혁과 마해영이다. 굳이 말을 건넬 필요가 없었다. 알아서 공을 잘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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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안타까움을 느낀 적은 없었나.

신인왕 출신 박정현 코치와의 이별이 그러하다. 한국야구위원회를 통해 코치로 받아들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괴로워했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느껴 컴퓨터를 통한 전력 분석을 시킨 적이 있었는데 갑작스런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다. 결국 형의 사업을 도와주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스투 긴 야구 감독 생활로 가족들에게도 미안함이 많을 것 같은데.

나쁜 아버지였다. 잦은 지방 출장에 국제대회까지 나가다 보니 마주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 부분이 아직도 많이 미안하다. 공백을 메우려고 두 아들을 군대식으로 키웠다. 병장만 나무라면 왜 내무반 전체가 바뀌지 않나. 큰 아들에게만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랬더니 둘째 녀석도 자연스럽게 학업에 매진했다. 첫째 녀석은 현재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둘째는 해군 대위로 군 복무를 하고 있고.

스투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감독상은 무엇인가.

인간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감독이 좋은 감독이다. 감독은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선수에게 야단칠 땐 야단칠 수도 있다. 이때 상처를 주지 않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선수들이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빠른 성장도 좋다. 하지만 차분하게 경기를 알아가면서 여유를 갖고 운동하는 게 선수 생활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스투 제 2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계획인가.

야구계에서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라운드로 복귀할 생각이다. 자리를 구하려고 따로 애쓰진 않을 거다. 젊은 청춘을 모두 바쳤다. 다시 그라운드를 밟는다면 그것은 그간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 차원이지, 나를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사진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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