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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실용이 '눈치 보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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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남권 신공항,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등 주요 지역개발 정책에 대한 정부의 결정 과정을 보면서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물론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하여 찬성하는 쪽도 적지 않지만 아무래도 반대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이 더 많은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거대 규모 혹은 중차대한 지역개발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여러 혼란과 낭비가 있었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깝게는 작년에도 세종시 원안 고수냐, 수정이냐 문제를 놓고 나라의 여론이 반으로 갈라섰었고 이전 정부에서 신행정수도 문제는 극심한 국론 분열을 가져온 적이 있다. 지역개발 정책이라는 것이 여러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결정 과정에서의 혼란과 지역이기주의 난무는 불가피할 것이다.
지난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철학을 내세워 행정복합도시 건설 추진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 혁신도시, 기업도시라 이름 붙은 여러 도시의 건설을 밀어붙였고 수백여곳의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했었다. 지난 정부의 지역개발 철학은 하나의 파이를 균등하게 나누는 것이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좋다는 생각으로 요약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는 출발 당시에 그런 생각은 어리석다고 했었다. 모두가 잘살기 위해서는 파이를 더 키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잘할 수 있는 곳에 파이를 더 많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이 실용이라고 했다.

이런 생각은 여건이 좋은 수도권이 발전하면 나머지 지역도 함께 잘살 수 있다는 '수도권 집중발전론'으로 이어졌고,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였던 균형발전보다는 효율적인 발전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나타나는 듯했다. 실용은 곧 효율이었고, 효율적인 일처리는 성공에 다가서는 지름길로 여겨졌다. 따라서 모두들 성공을 위한 '실용'을 기대했었다.
3년여가 흘렀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였던 세종시, 기업도시,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함께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토록 '비효율적'이라고 비판 받던 공공기관 이전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역시 특별히 효율적으로 개발돼 전국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합병했던 LH는 수도권의 그렇게 많은 현장을 뒤로하고 먼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몇 년 뒤 LH 직원들은 본사가 있는 진주와 국토해양부가 있는 세종시, 그리고 현장이 많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수시로 오가며 업무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과학비즈니스 벨트의 과학자들은 대덕을 중심으로 영호남을 오가며 실험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지역개발 정책 추진과정에 있다.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과 세종시 추진은 대선 공약이었으나 합리적 선택을 위하여 과감히 재결정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그토록 필요하다던 동남권 신공항은 갑자기 없던 일로, 그것도 효율이 떨어져서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왜 불과 며칠 만에 공항의 효율이 떨어졌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신공항 결정 과정에서 크게 데었던 정부는 과학비즈니스벨트와 LH 본사 이전의 경우 적절한 절차 없이 정부의 결정 방향을 먼저 언론에 흘려보고 여론을 떠본 뒤 관련 위원회 등에 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전문가들이 모인 위원회나 공청회 등에서 합리적인 토론이나 진지한 의사결정 과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눈치 보기 그리고 여론의 채찍을 가장 잘 피할 수 있는 대안 찾기가 최근 정부의 지역개발 정책과정에서 보인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 이것이 성공이고 실용일까.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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