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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경제레터] 시간은 누구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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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보내며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ur Rubinstein). 그는 가는 곳마다 피아노 연주로 청중들을 전율케 했습니다. 청중들을 매료시키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20세기가 낳은 피아노 거장이라는 평가도 그래서 가능했을 것입니다. 음악성, 기교 등 모든 면에서 20세기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불멸의 피아니스트. 그런 존경을 받았던 저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청중이 있는 한, 그리고 손가락이 움직이는 한 연주를 계속하겠다.”

“나에게 계획 같은 것은 없다. 있는 것은 실행뿐이다.”
그의 삶은 이처럼 열정 그 자체였고, 자신의 재능을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주는데서 생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그는 이를 통해 스스로 행복의 크기를 키우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그가 남긴 명언은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제가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저 자신이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평론가들이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객이 압니다."

그런 그도 세월의 흐름에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긴 세월을 피아노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살아온 그는 95세를 끝으로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에 앞서 자서전을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가 만났던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스스로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자신의 음악적 재능과 삶의 즐거움을 스스로 조화시켰고, 그런 에너지가 20세기에 가장 위대하고, 사랑받는 예술가로 자신을 승화시켰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은 연습입니다. 인생이 연습이니 하는 일도 연습에서 시작해 연습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미완성인 채로 왔다가 완성되지 못한 채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능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했지만 쉼 없는 연습을 통해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어느 누구보다 훌륭한 연주자의 반열에 올랐고, 무대에 설 때마다 관객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스스로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말콤 그래드웰.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처럼 그 역시 연습, 경험을 쌓는데 투자하는 시간을 중시하는 분입니다. 아웃라이어(Outliers)라는 책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비즈니스 작가로, 경영의 그루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한 해를 넘기면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그가 제시한 ‘1만 시간’의 법칙을 떠올려 봅니다. 어떤 분이 1만 시간 투자에 대한 계산을 해봤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주 5일제를 기준으로 할 경우 실제 근무할 수 있는 날은 255일에 불과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 공휴일을 뺀 것입니다. 보통 근로자의 경우 하루 8시간 근무중에 점심시간, 웹서핑, 커피와 담배 시간을 빼고 나면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은 4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따지면 1년에 몰입해서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1000시간입니다. 10년은 걸려야 1만 시간을 제대로 투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렇게 1만 시간을 한곳에 투자했는데 되지 않는 일이 과연 있을까? 물론 이렇게 1만 시간 공을 들였다 해서 모두가 아웃라이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1만 시간의 법칙을 거치지 않고 성공한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연습이 뭔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답은 하나였습니다. “연습은 잘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2009년 1월15일 오후 3시30분(미국 현지시간).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운 US에어웨이즈 소속 여객기가 뉴욕의 센트럴 파크 인근 허드슨강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라구디아공항을 출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이륙 직후 새떼와 충돌, 엔진에 불이 붙으면서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한 것입니다.

여객기가 강물 속으로 침몰되기 직전, 승객들은 안전하게 구조됐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는 점을 들어 ‘허드슨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물론 공군 조종사출신이었던 기장 체슬리 슐렌버거 3세는 ‘허드슨의 영웅’이 됐습니다.

위기 속에서 155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한 그는 CNN 기자로부터 “어떻게 위기모면이 가능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답은 딱 한마디였습니다.

“1만9000시간의 비행경험.”



2010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이틀 후면 희망찬 2011년이 시작됩니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또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말콤 그래드웰, 체슬리 슐렌버거 3세를 떠올려 봅니다. 그들은 모두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든 분들입니다.

시간처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잘 보낸 24시간이 헛되게 보낸 일생보다 더 값지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시간은 독특한 자원입니다. 빌려서 쓸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돈을 주고 고용할 수도 없습니다. 구매가 불가능합니다. 더 많이 소유할 수도 없습니다. 하느님은 정말 공평한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시간을 줬으니까요. 그래서 가장 흔한 게 시간 같으면서도 가장 희귀한 자원이 바로 시간입니다.

시간은 누구의 편인가? 시간은 노력하는 사람의 편입니다. 시간은 연습을 중시하는 사람의 편입니다. 혼을 다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盡魂之努力不背也)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 역시 神은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한 사람편이라는 말이 아닐까요?

역사의 무덤으로 향하는 며칠 남지 않는 2010년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 연습하며 충실하게 살다보면 2011년도 우리 편이 될 것입니다.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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