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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다빈치 코드와 최후의 만찬'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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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의 소설 '다 빈치 코드'의 인기와 명성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이 다시금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보존에 신경을 쓴다해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원화의 변형과 탈색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미술품 복원이란 바로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만들어진 학문 분과다. 선인들의 작품을 현재의 그림인 것처럼 생생하게 감상하며, 그들의 안목과 생각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은 이 같은 미술품 복원을 위한 실용학문 덕이다. '최후의 만찬'의 복원 또한 보존과 복원 전문 기술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번에는 디지털 복원 기술력까지 총동원됐다고 한다. 댄 브라운 역시 미술복원 덕분에 이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상상력을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요 서구 유럽국가들에서는 문화재 복원과 보존을 위해 유적문화부 산하에 국립기관을 두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실로 눈부실 정도다. 1939년 이탈리아 최고의 복원전문가 체자레 브라디에 의해 세워진 국립복원학교(ICR)가 하나의 사례다.

이들 학교는 20여명의 소수 학생들만을 선발해 평균 4년간 전문가 실습 교육을 실시한다. 흥미로운 것은 미술품 복원에 면밀한 과학 분석과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화학분석실과 같은 최첨단 과학기술이 수반되는 원화의 염료와 재료분석 과정을 비롯해 각종 화학물질을 통한 색소반응 검사도 수행한다. 미켈란젤로가 남긴 바티칸 시스티나 대성당의 '최후의 심판'에 대한 미술품 복원도 ICR의 대표적 업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미술품 복원의 기술력은 과연 어디까지 온 것일까. 복원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제작 당시부터 템페라 물감을 이용한 실험적 기법이 적용됐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역경을 견뎌야 했으며, 떨어져 나가는 물감 층을 아교로 붙이거나 없어진 부분을 덧그리는 등의 복원작업이 수세기 동안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복원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감히 복원작업에 착수하기란 불가능해보였다. 이탈리아의 여성 복원전문가 브람빌라가 하루에 몇 ㎜ 단위로 작업해 21년만인 1999년 복원을 완성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을 때 '세기의 복원'이란 평가와 '맨 벽보다는 좀 낫다'는 대조적인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ICR의 시스티나 벽화 복원에 대한 평가 또한 이중적이었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가 지나치게 화려하게 복원된 것이라는 질책을 들었다면, '최후의 만찬'은 진한 화장을 지운 초라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후의 만찬'이 다시 디지털 이미지 복원의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왔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현대 과학기술력을 활용해 고전 작품의 원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낸 방법이 바로 디지털 이미지작업에 의한 미술품 복원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대형 스크린에 공개됐다. 미세한 균열과 손상 부위, 복원된 부분 등이 실오라기처럼 생생하게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복원의 의미가 재현과 복제 등으로 확대되는 것으로서 디지털 복원의 기술력은 미술품 복원의 세계를 더욱 입체적인 세계로 이끌어가는 계기가 됐다.

일반 컴퓨터에서도 마우스 조작만으로 명화의 세세한 부분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게 됐으니 현대 디지털 기술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된다. 미술품 복원은 과연 우리가 복원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방향성과 기술력에 대한 종합적 성찰을 자극하는 촉매제이기도 하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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