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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맷집 키우며 진짜 승부할 때를 노린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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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하정우는 100m 달리기를 하듯 마라톤을 뛰는 배우다. 배우 인생을 40여년 정도라고 가정하면 이제 7km 정도 뛴 셈이다. 육상경기처럼 배우의 순위를 매길 순 없지만 하정우는 수많은 선수들 중에서 가장 선두 그룹에서 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정우 선수의 새 종목은 스키다. 하정우는 스키점프를 하듯 빠른 속도로 높이 도약하고 있다. 영화 '국가대표'는 마라톤 선수 하정우의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다.

◆ "다작? 지극히 정상적인 템포"
"전 지극히 정상적인 템포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작(多作)이라고 말하시는 분도 있지만 다른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너무 신중하게 작품을 고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서른둘밖에 안 됐는데 천천히 달릴 순 없죠. 배우로서 경력을 다져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몸소 체험하고 맞아가면서 맷집을 키워서 정작 승부할 때를 노리는 겁니다."

지난달 8일 '멋진 하루'를 함께 찍었던 이윤기 감독과 '티파니에서 아침을' 촬영을 시작한 그는 한달간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정우의 안색이 어두워 보였던 것은 전날 밤 '국가대표' 팀과 마셨던 술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다 누적된 피로가 컸을 터. 하지만 '티파니에서 아침을' 촬영과 한일합작영화 '보트' 일본 개봉 때문에 바쁘게 보내느라 '국가대표' 홍보에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점에는 미안함을 표현했다.

하정우의 가장 최근 모습을 볼 수 있는 '국가대표'는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를 소재로 한 영화로 김용화 감독('미녀는 괴로워' '오!브라더스')의 세 번째 영화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하정우는 학교 선배인 김용화 감독의 제의에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김용화 감독이 학교 선배인데 그분의 영화들을 재미있게 봤어요. '오!브라더스' 찍기 전에 김용화 감독을 술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저는 3학년으로 복학할 때였어요. 제게 영화사에 한 번 찾아오라며 격려를 해주셨죠. 아버지(김용건)가 '미녀는 괴로워'에 출연하신 뒤에 김 감독에 대해 좋은 말을 하셨던 것도 기억에 남았어요. '멋진 하루' 촬영을 마친 뒤였는데 이런 영화 하나 있으니 믿고 같이 할 수 있냐고 물으시기에 그 자리에서 출연한다고 했죠. 학교 선배이고 좋은 연출자인데 구차하게 소속사와 상의하고 연락한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더라고요."



◆ "'국가대표'에선 감정을 최소화해 연기했죠"

영화에서 차헌태(미국이름 밥)는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미국으로 입양된 인물이다. 결핍이 없는 풍족한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하정우는 최근 밝혔듯 12년 전 부모의 이혼을 겪은 상처가 있다. 개인적 경험이 헌태를 연기하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간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아버지와 남동생 그리고 저까지 세 남자가 지금까지 잘 살아왔어요. 아버지는 촬영장에 계시고 어머니는 사업 때문에 집을 늘 비우셔서 늘 혼자였죠. 그런 상황에서 나를 지탱해주고 뭔가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게 그런 환경이 아니었나 싶어요. 너무나 다행인 건 사춘기가 지난 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죠."

그는 '국가대표'에서 헌태를 연기하며 작지만 새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감정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국가대표'의 하정우는 무척 건조하다. "'보트'에서는 대사가 많지 않아서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코미디와 영화적 감성을 따라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비스티 보이즈' '멋진 하루'와 치명적인 공통점이 있더군요. 자유로운 방랑자라는 거죠. 분명 다른 캐릭터지만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국가대표'에서는 건조하게 느껴질 만큼 감정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영화의 장르적인 특성이 있으니 제가 굳이 감정연기를 하지 않아도 음악이나 영상,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채워줄 것이라 생각했죠."

하정우가 배우로서 지닌 장점은 자연인의 모습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적재적소에서 유머를 터트리는 재치 넘치는 화술, 강인한 남성성 뒤에 숨은 연약함, 활발한 외향성과 공존하는 내성적인 성격, 풍부한 감수성과 예리한 이성의 조화, 배우라는 존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 등을 짧은 시간에도 발견할 수 있다. 하정우는 늘 관객에게 기대를 품게 하는 배우다. 그러한 기대는 "코믹한 멜로"라고 그가 표현한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대단한 뭔가가 나올 것 같다"는 '황해'(가제)로 이어진다. '황해'는 '추격자'의 삼총사 나홍진 감독과 김윤석, 하정우가 다시 뭉친 영화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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