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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자의 농구 이야기 6] '농구 선생님' 임혜영 연가초 코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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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강자 객원기자] 농구 관계자들이 인정하고 존경한다는 지도자 임혜영(46) 코치. 그는 서울 연가초등학교에서 25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프로농구 양우섭, 김시래(이상 LG), 이종현(현대모비스), 성건주(오리온), 이동엽(상무) 등이 그의 제자다. 임 코치는 여자농구 실업팀 삼성생명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20대에 조기 은퇴를 하고 연가초등학교 농구부 코치로 부임했다. 농구와 연을 맺은 지 36년. 임 코치를 지난달 서울 명지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만났다. [글·사진 박강자]

임혜영 코치가 주말에 훈련하는 오디션팀과 선수팀을 지도하고 있다.

임혜영 코치가 주말에 훈련하는 오디션팀과 선수팀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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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영 코치는 아이들에게 운동선수지만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나는 운동을 했지만 어렸을 때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어머니가 만화책이라도 보라고 하셨다. 살아보니까 어릴 때 책 읽었던 게 도움이 많이 된다. 책을 읽으면 문맥을 알게 되고, 선생님이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요점을 빨리 파악해 알아들을 수 있다. 1등을 하지 않아도 자꾸 책을 보면 생각도 넓어지고 용기도 생긴다. 아이들에게 일지도 쓰고 독후감도 쓰게 한다. 글을 쓰면 생각도 정리되고 사고도 더 깊어진다."

연가초 농구부도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지향한다. 철저한 방과 후 훈련과 적극적인 학업활동으로 특기교육과 학교교육을 병행한다. 선수 육성은 신인팀-오디션팀-선수팀-진학팀으로 단계별로 구성된다.


임 코치는 스스로 감독, 코치라기보다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감독이라는 말은 일제시대 때 생긴 단어다. 지금 우리나라 체육지도자가 하고 있는 역할은 감독에 가깝다. 선수 스카우트하고 전술을 짜고 선수 등록해 대회에 출전시키고 행정 업무도 하고 선수 지도도 하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수비는 수비코치에게 맡기고 헤드코치는 전술을 짜고 전체적인 것을 아우르는 식이다. 특히 코치의 역할은 선수 실기교육을 하는 사람이라는 개념인데 우리나라 초등학교 지도자는 실기교육만 하지 않는다. 인성교육도 하고 정서교육도 하고 아이들 보살피고 농구에 전반적인 것을 다 한다. 그야말로 가르치는 사람이다. 또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코치, 감독보다는 선생님이 맞다."

임혜영 코치가 연가초등학교 농구부 선수들끼리 전술회의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임혜영 코치가 연가초등학교 농구부 선수들끼리 전술회의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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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초등학교 농구부는 15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은 임혜영 코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고려대 김태형 코치는 "가장 먼저 선수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많이 배웠다. 정말 중요하고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에 선생님이 수비를 많이 강조하셨다. 제가 6학년 때 서울시에서 우승하고 전국소년체전에서 준우승을 했다. 선생님이 자신이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서 운동량이 제일 많았다고 할 정도로 저희가 정말 잘 뛰었다. 그때 농구를 계속할 수 있는 근성과 끈기를 배웠던 것 같다. 제가 존경하는 지도자 중에 세 손가락에 꼽는 분이다. 농구만 생각하고 농구만 보시고 농구만 하루 종일 24시간 농구만 생각하는 분이다. 그런 부분을 저도 닮고 싶지만 쉽게 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고 했다.


고려대 김형진은 "보기에는 차갑고 무서워 보이는데 막상 같이 지내고 이야기해 보면 엄마 못지않게 잘 챙겨주셨다. 농구와 관련해서는 기본기를 중요시하셨다. 인성이나 학교 수업태도도 많이 강조하셨다.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연세대 한승희는 "초등학교 때 기본기를 정말 열심히 가르쳐주셨다. 호랑이 선생님이셨다. 코트에서는 정말 무서웠다. 그런데 코트 밖에서는 엄마처럼 잘해주셨다. 제가 합숙생활을 했는데 초등학교 4~6학년 3년 동안 밥도 해주시고 힘든 이야기도 들어주셨다. 저한테는 너무 감사한 분"이라고 말했다.

연가초등학교 농구부.

연가초등학교 농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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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영 코치는 "궁극적인 목표는 내가 발굴한 아이들이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모습이다. 프로가 꿈인 아이들이 프로에 진출해서 자기 이름을 떨치고 자기가 농구하고 싶은 나이까지 농구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렇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보람"이라고 했다.


한편으로 "나 때문에 아이들이 갖춰야 할 것들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내가 어떤 선입견을 갖고 이 아이를 판정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두려움은 항상 있다"고 했다. 또 "아이들이 자기의 틀을 깨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아이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 주변의 상황으로 뭔가를 포기해야 하고 그것을 내가 도와줄 길이 없을 때에는 너무 슬프다"고 했다.


임 코치는 계속 아이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지도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읽으며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우리나라 체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요즘 고민은 초등학생 전문 체육선수들에게 어떠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가를 고민한다. 학교 운동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롤모델을 구축하고 싶다. 그런 것들을 위해서는 인프라도 갖춰져야 되고 학교가 관심을 가져줘야 하고 대한민국농구협회도 방향성을 잘 잡아야 된다. 우선 우리가 당장 일선에서 할 수 있는 일들부터 하겠다."


박강자 아시아경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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