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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저작권 양도? 본인 이름으로 '웹툰' 복제·출판 유명 한의사 벌금 1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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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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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일반인으로서 상식적으로 저작권이 저한테 있다고 생각하고 일 처리를 했습니다."(피고인 A씨·한의사)


"어떤 작가가 자기 저작권을 그렇게 쉽게 양도하겠어요? 저작권에 대한 존중이 없는 피고인의 행위들을 저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피해자 B씨·웹툰 작가)

한의원 블로그에 연재하기 위해 외주를 맡긴 웹툰을 작가의 동의 없이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 한의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여러 건강정보 TV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와 얼굴을 알려온 인물이고, 무명작가 시절 아르바이트 차원에서 해당 웹툰을 제작한 B씨는 현재 대형 포털사이트의 프로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이다.

재판부 "설득력 없는 논거로 범행을 부인"… 약식명령보다 늘어난 벌금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에게 최근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당초 A씨는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벌금을 내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설득력 없는 논거를 제시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미술학원 강사로서 간간이 생활비를 조달하던 무명의 젊은 웹툰 작가에게 소액의 용역비를 주고 외주 맡긴 웹툰을 작가의 허락 범위를 완전히 넘어 일방적으로 출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회복을 위한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은 점,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그밖에 양형조건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16년 한의원 블로그에 연재할 다이어트 관련 만화를 B씨에게 24회 분량, 회당 15만원에 제작하도록 한 뒤 지난해 저작권자인 작가의 동의 없이 이를 복제해 책으로 출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출판한 책 표지상 작가명을 B씨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표기한 혐의도 받는다.

현행 저작권법 제136조 1항 1호는 '저작재산권을 복제, 배포, 2차적저작물 작성 등의 방법으로 침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137조 1항 1호는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실명·이명을 표시한 저작물을 공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약상 업무에 따라 저작권 취득? 재판부 "일용 근로자로 채용된 것 아냐… 업무상 저작물로 볼 수 없어"

법정에서 A씨 측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업무상 저작물에 대해 B씨와 양도 협의를 거쳤다"며 "웹툰에 대한 저작권은 피고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기획 및 투자, 지휘감독을 했기 때문에, B씨는 계약상 업무에 따라 오직 A씨만을 위해 웹툰을 만든 것이란 취지다.


이에 재판부는 "B씨는 한의원으로부터 웹툰 제작을 위한 스토리 전개방향과 웹툰 주제에 대한 세부내용 등을 정리한 워드파일을 받고, 한의원 블로그 포스트 내용을 참고하거나 매회 작성 때마다 피고인 측의 검수를 받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웹툰 창작에 중요한 요소인 스토리라인, 캐릭터 디자인, 전개되는 내용, 콘티, 그림 편집 등을 전부 혼자서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웹툰은 피고인과의 용역계약에 따라 순수한 외주 작업으로서 제작한 B씨의 저작물일 뿐"이라며 "피고인의 기획 하에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작가가 본인 이름 빼 달라고 한 것" vs "비꼬는 용도… 출판하면 고소한다고 이미 밝혀"

표지에 A씨의 이름으로 작가명을 표기한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했다. A씨 측이 '공동 작성자로서 성명을 표시하지 않기를 원한 B씨의 요구에 따른 것'이란 취지로 항변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A씨 측이 증거로 내놓았던 B씨의 문자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나요? 마음대로 하세요 ㅎㅎ 책을 내시든 뭘 하시든 제 이름은 삭제해주시구요. 화이팅 하세요 ^_^

하지만 B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당연히) 비꼬는 용도였다. 내가 '출판하면 고소한다'고까지 똑똑히 이야기했다"며 "피고인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B씨는 '출판 권한은 저에게 있다. 원장님은 자문을 한 것이지 지은이가 아니다. 이 웹툰은 한의원 블로그 및 손님들을 위한 것이고 일반 대중분들을 위해 제작한 게 아니다. 작가인 내가 출판을 원하지 않는다. 아마 마음이 변하는 일은 없을 거 같다'는 내용의 문자도 이미 보내 놓은 상태였다.


재판부도 "전후사정을 보면 자신의 성명이 표시되지 않는 데에 동의한 게 아니라 이 사건 도서의 출판 자체를 반대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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