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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풀어주고, 지어주고, 고쳐준다고 해도 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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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풀어주고, 지어주고, 고쳐준다고 해도 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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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총선을 치른 지 이제 열흘이 훌쩍 넘었다.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로서 선거가 끝났구나 느끼는 순간은 국토부에서 온 문자메시지를 확인할 때다. 총선 전만 해도 국토부는 하루에 열 통이 넘게 문자를 보냈다. 대통령이 주관하는 민생토론회와 각종 개발정책 발표 일정, 보도자료 발신 내용을 담은 문자가 쉼 없이 쏟아졌다. 그랬던 국토부가 총선 다음 날부터 문자를 뚝 끊었다. 총선 다음 날에는 세 통이 전부였다. 국토부 공무원들이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누구나 알고 있었던 것. 이 모든 일들이 총선용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대목이다.


총선용 정책이니 결과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면서 힘이 빠졌다. 포기는 국토부보다 민간이 빨랐다. ‘안전진단 없이 30년 된 아파트를 재건축하겠다’는 개발정책이 무위로 돌아갈 처지에 놓이자 서울 동작구 한강 변 아파트들은 바로 안전진단 신청에 착수했다. 재건축 사업의 제일 큰 걸림돌이었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도 없던 일이 될 지경이다. 국토부 장관까지 공론화에 나섰지만, 노무현 정부 때 만든 이 제도를 폐지하는 것에 야당이 협조할 리 만무하다.

국토부가 그렇게 풀어주고, 지어주고, 고쳐준다고 해도 국민들은 왜 야당을 찍었을까. 여소야대로 인해 총선용 정책을 이행할 수 없다고 할 것이 아니다. 누구를 탓하지 말고, 원인을 짚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눈에 띈 것은 국토부가 민생토론회를 통해 콕 집어 ‘개발하겠다’고 한 지역들에서 여당이 패배했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상향 약속을 받았던 고양시는 야당이 4개 지역구를 전부 차지했다. 다른 1기 신도시도 똑같았다. 분당만 빼고는 중동, 평촌, 산본까지 더불어민주당 몫이 됐다.


수도권 광역도시철도(GTX) 2기 계획을 발표했던 의정부도 갑·을 선거구 모두 야당이 이겼다. 인천의 경우, 경인선과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14개 선거구 중 12개를 확보했다. 낡은 빌라촌을 정비하는 ‘뉴빌리지’ 사업 대상지로 꼽힌 영등포구도 야당 차지였다. 국토부 주관으로 열린 민생토론회가 열린 대부분의 지역들도 여당을 밀지 않았다.

정권심판론 영향이 컸지만, 급조한 티가 나는 정책도 문제였다. 지역 사정에 빠삭하고 재산권 문제가 걸린 국민들은 일찌감치 눈치챘다. 예를 들어, 재건축 비용이 3.3㎡(평)당 1000만원에 달해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은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예산 확보도 없이 ‘민간이 투자해 줄 거다’고 했던 철도 지하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자체가 부담할 경우 임기 내 착공’이란 조건을 달았던 GTX 노선연장 계획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민심은 "이게 언제 되겠어? 무슨 돈으로?"라는 의문을 품었다.


국토부가 한 민생토론회를 위해 준비한 자료에 ‘그림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며, 개발 계획은 전혀 확정되지 않음(2월13일·부산 철도 지하화 조감도 설명)’이라고 써놨을 때부터 이미 개발 정책 신뢰도는 바닥이었을지 모른다. 선거에 떠밀려 확정도 안 된 개발 계획을 토해내는 일이 앞으로도 반복된다면 국토부의 정책 약발은 점점 더 약해질 것이다.





심나영 건설부동산부 차장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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