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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C커머스 공습에서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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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C커머스 공습에서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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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산 바나나 3송이, 태국산 망고 12개, 국산 유정란 2판, 해남 황토 고구마 3㎏…. 최근 열흘간 중국 e커머스 기업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진행한 ‘타임딜’ 행사에 나온 1000원짜리 상품들이다. 특정 시간에 반짝 한정 물량으로 판매하는 초저가 상품이다 보니 재빨리 클릭해도 구매하기 쉽지 않아 소비자들 사이에선 ‘알리고시’ ‘천원대란’으로 불리기도 했다. 주문한 상품은 대부분 하루 이틀 만에 바로 도착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분명 C커머스(China+커머스) 업체인데 사실상 국내 오픈마켓과 다를 바 없다. 파 한 단, 사과 한 개 가격이 연일 이슈가 될 만큼 고물가 상황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알리가 한국 상품을 대상으로 무려 10억원어치나 뿌린 랜덤쿠폰 행사에는 첫날에만 17만7000명이 넘게 몰렸다.


이른바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불리는 C커머스 플랫폼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거세지면서 그간 상품 품질과 배송 속도 등에 의구심을 갖고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마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중국의 값싼 원재료와 인건비로 만들어진 초저가 제품들이 중간 유통 과정을 건너뛰고 플랫폼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바로 배송되는 구조이다 보니 같은 중국산을 판매하더라도 관세와 부가세, KC인증(전기용품안전인증) 취득 비용 등을 들여 판매해야 하는 국내 업체가 이길 방법이 없다. 더욱이 이들 C커머스가 어느새 식음료까지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가볍게 쓰다 고장 나면 버릴 수도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과 달리 소비자들이 직접 먹고 마시는 음식을 구매할 땐 훨씬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기 마련이다. 국내에서 생산돼 바로 집 앞까지 배송된 식재료를 받아 든 소비자들은 그간 C커머스에 가졌던 선입견이 무색할 지경이다.

저렴한 가격, 소비자 편익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C커머스의 국내 시장 확대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알리의 경우 플랫폼 셀러(입점업체)들에 대해서도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적 조건을 내세워 입점을 유도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짝퉁 판매 단속 강화, 소비자 피해 보상 시스템 구축, 국내 유통산업 규제 완화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법과 제도는 현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 플랫폼 판매자에 대한 세금 및 규제 적용 등을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국내 유통업체에 불리한 상황을 개선할 만한 실효성이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국내 e커머스 플랫폼이 이들 알·테·쉬를 뛰어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면 될 일이다. 물론 저렴한 원가경쟁력에 막강한 자금력까지 등에 업은 중국 플랫폼과 가격을 앞세운 출혈경쟁은 승산이 없다. 국내 유통 시장을 단숨에 잠식해 나가는 속도를 놓고 볼 때 시간을 지체할 여유도 없다. e커머스의 생존 경쟁을 이대로 방치하다간 유통업은 물론 여기에 상품을 공급하는 각종 제조업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도 결코 기우가 아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유통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흐름에 빠르게 올라타야 한다. 전날 대규모 시설 투자를 선언한 쿠팡처럼 국내 e커머스 업계가 다시 제조부터 유통, 물류까지 전반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C커머스에 당당히 맞서거나, 오히려 국내 셀러들이 해외 e커머스를 통한 역직구를 활성화한다면 또 다른 시장이 열릴지 모른다. 늘 그렇듯 위기는 다른 한편으론 기회이기도 하다.




조인경 산업부문 콘텐츠매니저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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