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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 심채경 한국천문연 선임연구원 "우주는 거대한 자연"

최종수정 2022.09.20 16:14 기사입력 2022.09.16 12:36

달 탐사에 관한 의구심은 과학적으로 아주 건강한 태도
막연한 대치보다 통찰 필요
여성 희소한 천문학계 서로 롤 모델 삼고 연대하되
다른 삶 맹목적으로 좇지 말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길 열었으면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오는 10월 개최하는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을 '파워 K-우먼'으로 선정합니다. 인종·국경·장애 등 경계를 극복하고 도전하고 무너뜨린 인물들을 '파워 K-우먼'으로 정했습니다. 차별에 위축되거나 경계에 갇히지 않고 맞서 싸운 사람들의 가치를 널리 알려 청소년과 여성 등에게 새로운 리더십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친 세상에 위로를 주고,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 잡아 공동체가 다시 나아갈 힘을 줄 것입니다.

일시 | 2022년 10월 19일(수) 오전9시~오후4시30분
장소 |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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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삶은 두렵다. 언제나 내일은 아직 겪어보지 않은 날이기에 매일 두렵다. 주위의 여성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롤 모델로 삼고, 연대하자."


우리나라 '우주 시대'를 열어갈 차세대 연구자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심채경(40)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후배 여성 과학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또 자신만의 길을 당당히 걸어 나가는 태도도 강조했다. 심 연구원은 "우리에겐 아직 충분한 문제은행이 확보되지 않았으므로 다른 여성의 삶을 맹목적으로 좇거나 절대적 비교 대상으로 삼지 말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자신만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리저리 갈지(之)자로 수없이 오가다 문득 뒤돌아보면, 그 모든 길이 합쳐져 어느새 아주 큰 길이 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연구원은 여성이 희소한 분야로 유명한 천문학계에서 행성 과학, 우주탐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있는 신진 연구자다. 행성 과학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태양을 제외한 모든 천체와 그 주변 환경을 연구하는 분야로, 지상 망원경과 우주 탐사선으로 얻은 관측 자료를 다룬다. 20여년간 목성과 토성과 혜성과 타이탄과 성간과 달과 수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현재는 천문연에서 한국 첫 달 탐사 궤도선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 5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


심 연구원은 다누리 프로젝트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우리나라 첫 달 궤도선이며, 달 상공 100km 궤도를 1년간 유지하며 달 표면을 관측한다"면서 "국내에서 개발한 4종의 관측기기와 미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관측 기기 1종이 탑재되고 '광시야 편광 카메라'(PolCamㆍ폴캠) 팀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폴캠의 과학 목표를 설정하고 운영 시나리오를 설계했고, 내년 초 본격적인 관측이 시작되면 카메라를 운용하고 자료를 분석할 계획이다.


아직 달 탐사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심 연구원은 의외로 "의구심을 갖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건강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고 쿨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그러한 관심을 막연한 선입견으로 대치하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얻기 위해 통찰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과학자로서 말하자면 우주는 거대한 자연이다.

그렇다면 우주를 탐사하는 것은 높은 산과 깊은 정글과 어두운 심해를 탐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자연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려 한다면 첫 번째 징검다리가 달이며, 인류가 우주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오래 머물며 번성하는 방법을 시험하고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리허설 무대이자 천연 실험실이라는 것이다.


심 연구원은 또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다누리 등 달 탐사에 많은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에는 달 과학자도 몇 명뿐이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달 탐사선을 발사해 본 경험도 없었다"면서 "우리는 후발주자인데다 예산과 인력의 규모가 작고 긴 호흡으로 이끌어 줄 정부 우주전담부처가 없기 때문에 선도국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이 가진 잠재적 역량은 주목받고 있으며 그래서 다른 나라와 상부상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천문연이 NASA는 물론 유럽우주청(ESA), 일본 등 주 탐사 선진국들과 다방면으로 협력하면서 차세대 초고성능 우주망원경 스피어-X 프로젝트에서 핵심 기술 연구를 맡은 게 대표적 사례다.


심 연구원은 그러나 한국이 진정한 과학 기술ㆍ우주 개발 강국으로 발전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책 수립ㆍ이행에서 천문학과 우주 탐사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 인력이 많이 지속해서 투입되어야 한다"면서 "타분야 전공자가 과학기술 정책을 담당할 때 엉뚱한 결정을 내리거나 많은 사람이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인 전망과 수행 계획을 수립하고 그걸 지속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우주 탐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책 분야에서 그 모든 과정을 살펴보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또 하드웨어만큼이나 소프트웨어와 인력 지원, 차세대 인력 양성에 더 공들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MZ 세대인 심 연구원은 한국의 여전히 심각한 성차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그가 어느 연구기관에 취업하기 위해 면접을 봤는데, 한 면접위원이 "여성이라서 출산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냐"라는 질문을 했지만 아무도 제지하거나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심 연구원은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ISS) 체류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이소연 박사는 많은 의미 있는 연구 실적을 남겼지만 이후 '세금 낭비', '먹튀'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여성이 아니었으면 양상이 달랐을 수도 있다"면서 "(여성 과학자로서) 많은 성차별과 유리천장 현실을 겪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며,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고 오히려 트라우마로 남는 것 같다. 전보다는 좋아졌다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동료 과학자들과 과학계,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연구원은 "과학계는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들로 사회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내오면 비교적 잘 이행하는 편"이라며 "바뀔 의향은 있으나 대체 무엇이 정확히 어떻게 문제인지 알지 못해서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기처럼 자연스러워 인지하지 못했던 사안들에 대해 지적하고, 행동 대안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할당제 등 제도적 지원책 등에 대해선 "필요하지만, 전문 직종일수록 채용인원이 적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차지했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거세지고 있다. 아직도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해야 변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심채경 연구원 프로필
▲1982년생
▲2005년 경희대 응용과학대학 우주과학과 졸업
▲2014년 동 대학원 우주탐사학과 박사 학위 취득
▲2014~2020년 경희대 박사후연구원, 학술연구교수
▲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선정 '미래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 5인'으로 선정.
▲2021년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에세이 출간
▲ 2020년~현재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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