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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혜성 충돌' 영화가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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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신호 외면, 종착역은 암담
무사안일 악순환 고리 끊어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지구를 향하는 지름 10㎞ 혜성. 과학자에게 위험신호가 감지됐다. 지구 충돌까지 남은 기간은 6개월. 하지만 정부는 과학자의 경고를 외면한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카드는 프레임 전환. 혜성 충돌 얘기는 과도한 공포 조장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여론은 달라졌다. 위험을 경고한 과학자만 궁지에 몰리는 상황. 진실이 외면받는 시대, 대중은 다시 쾌락의 시간에 빠져든다. 외면한다고 위기 자체가 사라지겠는가. 혜성은 지구를 향한 쾌속 질주를 이어간다. 멸망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의 내용이다. 지구 멸망을 다룬 미국 코미디 영화에 세계가 주목한 이유가 있다. 공멸의 위험신호 앞에서도 자기 이익에 몰두하는 정치인. 예고된 재앙을 가볍게 무시하는 대중. 전문가의 경고를 외면하는 사회. ‘돈 룩 업’을 접한 각국 관객들은 자국 현실을 빗댄 영화라는 평을 내놓았다. 팝콘을 곁들여 가볍게 보고 넘길 영화가 아니라는 의미다.

공멸의 위기 앞에서 어리석은 대응을 이어가는 모습을 단지 영화 속 설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혜성 충돌이라는 경우의 수보다 훨씬 확률이 높은 재앙의 먹구름을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또 하나의 겨울이 다가오는 시점까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사슬 구조를 고려할 때 대규모 전쟁은 더는 없을 것이란 세계인의 믿음은 이미 허물어졌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한다.


미국 증시 급락 영향으로 국내 증시도 하락 출발한 30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미국 증시 급락 영향으로 국내 증시도 하락 출발한 30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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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에너지’는 핵무기만 머금고 있는 게 아니다. 세계 경제를 흔든 퍼펙트 스톰에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고환율, 고금리와 주식, 부동산까지 상황은 최악이다. 자산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돌림노래처럼 번지는 이유다. 세계정세의 불안이 원인이니 어찌하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가한 얘기다.

주요 부문에서 위기의 징후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데 현실 대응은 어떠한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무사안일의 독버섯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이 퍼져 있다. 누군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겠느냐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사안이라는 인식.


이런 위기 불감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 모습에서 급박한 상황 인식이 느껴지지 않는 게 근본 이유 아닐까. 글로벌 경제 위기 대응에 국력을 집중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도 될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인가.


여의도 정가의 현실도 ‘돈 룩 업’ 정치인들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심각하다. 초당적인 협력 체제는커녕 상대를 향한 정쟁의 칼날만 가다듬고 있지 않은가. 그럴 시간이 있다면 영화 한 편 감상해보는 것은 어떤가. 때로는 영화가 현실 문제 해결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Don’t Look Up의 사전적 의미는 ‘올려다보지 마라’다. 위기를 향한 무관심의 강요, 그 위험천만한 집단 최면은 결국 파멸로 이어졌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게 영화에 담긴 메시지 아닐까. 위기 해결의 골든타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류정민 문화스포츠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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