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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건강]젊은 세대의 고립, 은둔 그리고 절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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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건강]젊은 세대의 고립, 은둔 그리고 절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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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완도로 떠난 세 가족의 실종 사건이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많은 국민이 허탈해하고 있다. 아빠의 사업 실패와 가상화폐 투자 손실, 엄마의 수면제 처방 등 30대 두 부부가 처한 경제적, 심리적 절망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딸을 함께 데리고 가야 했었나 분노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 유행을 겪으며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이 우울증상이 심각하고, 자살사고도 코로나 이전보다 40% 이상 증가한다는 최근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가 있다. 특히 청년 중 40% 이상은 정신건강 위험군이고, 이중 절반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2010년을 정점으로 전체 연령 자살률은 소폭 감소하고 있지만, 젊은이들의 자살률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9~24세) 자살자는 2016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인구감소가 가파른데, 생존한 젊은이들이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도록 지켜보는 우리 사회가 정말 지속 가능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증가하는 고립, 은둔 청년들, 이들의 고독사 문제까지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데 뚜렷한 대책이 없다. 이들은 우리 시야 밖에서 조용히 끝내버리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태지만 대학과 진료 현장에서 “집 밖에 나오기가 두렵다”, “학업을 포기하고 싶다”는 청년들을 흔하게 만난다. 더구나 이들은 우울, 불안 증상을 잘 치료하면 호전되는 성인 정신과 환자와 그 양상이 다르다. 자아정체성의 혼란, 심한 따돌림 이후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감, 어릴 때부터 겪은 정서적 학대, 이혼한 부모와의 조기 분리 등 오래 쌓인 트라우마 증상과 정신적 미성숙함이 결합되어 일반적 정신과 약물치료, 상담치료로는 감당하기가 아주 어려운 상태이다. 중고교 때 오랜 기간 친구들에게 따돌림받고, 부모와 교사에게 얘기해도 “네가 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꼭 그 아이들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는 더 마음 아픈 소리를 들어야 했다며 통곡하던 대학원생이 기억난다. 이 친구는 갑작스러운 공황발작으로 유학 중 귀국해서 6개월간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죽을 결심을 했었다. 다행히 부모와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지금은 호전되었지만, 바로 이런 사례가 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청년 고독사로 발전하는 것이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졍제학자 앵거스 디턴은 ‘절망사(death of despair)’라는 개념으로 경제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가하는 중년 백인들의 사망률의 원인을 설명하였다. 반복되는 절망 속에서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약물중독,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되는 고리를 밝힘으로써, 증가하는 백인 중년층의 절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이지만 디턴의 주장과 유사한 문화적 현상이 고립, 은둔의 삶을 선택하는 우리 청년들의 상황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다행히 2021년 서울시가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제도적 마련에 시동을 걸고 있다. 아직은 어떻게 이들을 발굴할 것인지, 집 밖에 나오기조차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것인지 구체적인 틀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사업이 될 것임이 예측된다. 기존 복지, 상담지원 서비스의 틀로 접근하면 실패의 가능성이 높아 처음부터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하고, 이를 행정과 제도로 지원하는 고도의 융합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약자와의 동행을 앞세우며 노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진정성이 우리 젊은이들을 구하는 해법으로 이어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최근 급격히 성장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디지털 치료제 분야가 이들 청년에게 다가갈 최상의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기술과 복지의 융합, 전문성과 행정의 융합이 절망에 빠진 우리 청년들을 구하리라 희망한다.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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