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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세대 갈등 해결책 '사회보장세' 도입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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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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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유역 전남 구례의 전통 한옥 운조루(雲鳥樓)에는‘타인능해(他人能解 ·누구나 열 수 있다)’라는 글귀가 쓰인 나무로 만든 쌀독이 있다. 가난한 이웃이 끼니를 잇기 어려울 때 이곳에 저장된 쌀을 가져가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굶주린 사람들을 구제했다고 한다. 이 고택은 1776년(조선 영조 51년)에 지어져 지금까지 내려오는 동안 지리산 자락에 계급투쟁 성격이 짙은 활빈당이나 빨치산이 활동하는 상황에도 그들이 운조루를 지켜주어 살아남았다. 이 집 주인은 우리가 경멸하는 그런‘야만인’이 아니라는 칭송을 덧붙이면서.


남을 선대(善待)했더니 내가 타인으로 부터 예기치 않은 은혜를 받는 것은, 굳이 종교를 들먹이지 않아도,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숨겨진’인생의 법칙일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을 통해 복지국가를 실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아직 노정되지 않은 심각한 세대 간 갈등이 있다.


국민연금은 보험가입자가 납부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도록 설계되었다. 즉 노년층은 청년층이 납부할 연금을 미리 당겨서 받아가는 구조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2042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57년에는 적립기금도 고갈된다고 한다(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2018). 지금처럼 출생률도 낮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청년층은 그 다음 세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건강보험은 수지격차를 고려한 기여율을 매년 조정하여 재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령화로 인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노년층이 많아질수록 청년층의 건강보험료 부담률이 높아진다. 건강보험도 2024년도에는 적자로 돌아선다고 한다(국회예산정책처 2019). 청년층이 낸 보험료로 노년층이 혜택을 누린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적자를 해결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로 프랑스는 일반사회보장분담금(Contribution Sociale Generalisee)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일본도 2012년 소비세율 5%를 10%로 인상하고 그에 따라 증가하는 세수입은 모두 사회보장비로 사용토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회보장세(가칭) 도입을 통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의 적자를 메울 필요가 있다. 재정적자라는 암과 같은 사회적 멍울을 보고서도 눈앞에서 감당해야 할 희생보다 차라리 멀리 보이는 재난 쪽을 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인간이 취할 자세는 아니다. 소유본능에만 집착한다면 인간과 짐승의 구별은 어려워진다.


소득이 있으나 집이 없는 청년층과 집은 있으나 소득이 적은 노년층이 동의할 수 있는 교집합이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사회보장세를 설계하면 된다. 점유가 아닌 공유를 택한 운조루의 타인능해가 그 좋은 예이다.


우리는 지금 한반도에 인간이 거주한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부의 양극화 심화에 따른 빈부갈등과 복지국가 비용 부담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미리 치유하지 못하면 한반도의 장래는 어둡다고 본다. 국가는 시스템을 공정하고 견고하게 만들고 사회구성원들은 이를 믿고 열심히 노력하며 향후 자부심을 가지고 그 대가를 향유하는 사회가 복지공정사회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뿐, 퇴행할 수는 없다. 복지재정적자를 메울 사회보장세 도입을 제안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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