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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민심의 역린'과 맞닿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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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공공주택지구에 조성하는 아파트인 서울 고덕강일제일풍경채 84㎡(전용면적) A타입 분양가는 8억9990만원이다. 지난 3일 아파트 분양 청약 결과, 32가구가 배정된 ‘생애최초특별공급’에 7173명이 몰렸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흥행 대박’을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 늦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울며 겨자 먹기로 청약에 나선 사람도,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 때문에 청약을 포기한 사람도 마음은 편할 리 없다. 공공택지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고민을 해소해줄 것이란 믿음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는 ‘정치수학’ 중 최고 난도의 영역이다. 부동산은 수많은 이해·요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사안이다. 오랜 세월, 집 없이 살아온 40~50대 무주택자를 배려하는 부동산 정책은 청년 세대와 신혼부부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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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에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면 부동산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부동산 특성상 오늘 계획을 발표하고 내일 공급을 단행하는 시나리오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서울 인근에 대규모 택지 지구를 조성한다고 발표해도 개발 과정을 고려할 때 실제로 수요자들이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시점은 5~10년 이후다.


신도시 조성은 시작부터 끝까지 산 넘어 산이다.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한 내부자와 그 주변인들이 땅을 사놓았다는 소문이 번지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이슈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치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패와 특혜로 얼룩진 신도시 개발의 역사를 지켜보며 형성된 합리적 의심이다. 최근 문제가 된 광명시흥신도시 투기 의혹도 마찬가지다. 여론이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은 부동산 공정의 문제가 ‘민심의 역린’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불만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정부의 해결 노력은 무의미해진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의혹을 규명해 결과를 발표해도 대중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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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관계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 꺼낼 수 있는 대표적인 해법은 주무 부처 장관 경질이다. 성난 민심을 일단 다독인 이후 사건 수습의 실마리를 찾는 방식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내치기는커녕 사건 조사의 지휘권을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국면 전환용 인사를 선호하지 않는다. 장관을 ‘총알받이’로 내세워 정치 위기를 탈출하는 방식을 꺼린다는 의미다. 평소에는 자신이 발탁한 공직자를 존중하는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정권의 명운이 걸린 위기 상황에서는 안이한 대응이 될 수도 있다.


부동산을 둘러싼 분노의 흐름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국정 동력은 회복 불능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청와대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 "부패구조 발본색원"이라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왔음에도 여론의 기류가 바뀌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것이라는 ‘믿음의 둑’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 아닐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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