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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nudge리더십] 마늘 손질, 가족 행복의 정수이자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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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 내민 작은 손놀림의 의미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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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저기 흠집난 천도복숭아 어때?" 시장 보는 데 따라갔더니 아내가 물었다. "뭐 하려고?" "흠집 쳐내고 식초 한번 담가 보게" '저 많은 걸 누가 손질해?'라고 말하려고 하니 벌써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


수년 전부터 토요일, 일요일이면 아내가 시장이나 마트에 갈 때 따라가는 것이 일상이 됐다. 한국 최대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것도 한몫을 한다. 아내가 운전하지 못하게 했기에 큰 짐이 있으면 따라가 도와야만 한다.

또 다른 고민이 두 가지 있다. 3년 전에 큰 딸을 결혼시켰고, 내년 정도면 작은 딸도 그럴 것 같다. 둘 다 29, 30살에 결혼하며 아빠와 엄마의 생각을 잘 따라줘서 고맙기도 하다. 덕분에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편이다. 그러나 단 둘이서 어떻게 잘 살 것인가의 고민이 따라온다.


한편으론 매년 수입의 절반이 되는 강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8개월째 빈손이다. 공익법인에서 일하며 최소한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씀씀이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다만 집에 주는 돈이 적어지니 아내에게는 무척이나 미안한 일이다.


정말 다행인 것은 골프를 배우지 않았다. 아내는 평생을 동네 수영장에서 최소한의 운동으로 팍팍한 살림의 스트레스도 죽이고 건강도 챙겨왔다. 그러니 토요일, 일요일은 미안해서라도 아내의 주위를 맴돌아야 한다. 아내의 운동시간에는 공부도 하고, 인터넷 영화도 보고, 글도 쓰며 '홀로 되는 연습'을 저절로 하는 꼴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식재료를 가락시장에서 벌크상태로 구입하는 편이다. 소매시장, 준도매시장을 돌며 마늘, 쪽파, 멸치, 양배추 같은 재료를 사서 다듬어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먹는 것이다. 재료는 필요할 때마다 아내가 조금씩 손질하는 모습을 봤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해 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마늘을 쓱 내밀며 손질해 달라고 한다. 2~3시간을 꼼짝없이 앉아서 해 보았다.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손질해서 유난히 맛있게 느껴진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양파, 대파, 무, 고구마줄기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억지로라도 좋게 해석하며 긍정적 마인드로 도전했다. 여러 가지 효과가 있었다. 첫째, 활발한 손가락 운동으로 치매 확률을 줄인다. 단순 반복 활동도 몸에 좋다고 한다. 둘째, 살림경제에 제법 큰 도움이 된다. 푸짐하게 먹어서도 좋다. 이 재료들은 아내와 내가 둘 다 좋아하는 것이다. 그날 천도복숭아도 흠집이 난 이유로 90%를 할인해 샀다. 마늘이나 쪽파 등도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당연히 싸다. 셋째, 아내가 좋아하니 벌이가 떨어져도 집에서 외면당할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마지막으로 제일 큰 소득이다. 두 딸이 이런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 가끔씩은 "아빠가 사람 됐네"라고도 놀린다. 부부가 화목하게 사는 것이 자녀들에게는 최고의 교육이자 인생의 나침반이라 생각한다. ‘꿩먹고알먹고’의 일거양득(一擧兩得)이 아니라 네 가지 효과를 본 일거사득(一擧四得)이 아닌가? "쓱 말하면, 쓱 받아주자"


지난주에 담근 천도복숭아의 과일 식초가 익어간다. 건강에 좋다며 먹어보라고 한다.그 러면서 재료도 다양하게 늘어나고 빈도도 늘어난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 본다. "정년 맞아 회사 나오면 요리도 배우는 판에 까짓것 뭘 못하랴!"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넛지리더십'이란?


-'넛지리더십'은 강제와 지시의 억압적 방법이 아닌 작고 부드러운 개입이나 동기 부여로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창의와 열정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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