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규의 7전8기] 1억 빚진 가장이 면책받은 이유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실무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개인회생절차를 진행하다 정상적으로 변제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본인이 생각하지도 않게 실직될 수도 있고 중대한 병을 앓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원래 변제하기로 한 계획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럼 면책이 되지 않는가. 이러한 경우 구제책은 없는가. 결론적으로 변제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더라고 면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기영(가명)씨는 대학 졸업 후 어렵다는 취업 한파를 이기고 취업해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집안이 넉넉하지 못했던 최씨는 대학 다닐 때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4년 내내 받다 보니 대출금이 3000만 원에 이르렀다. 직장에서 받는 급여는 300만 원 정도였다. 2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하다 결혼을 하게 됐고 아이도 한 명 태어났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으로 빚이 1억 원에 이르게 됐다. 대출금 이자 부담과 아이에 대한 양육비는 이들 부부를 괴롭혔고 혼자 벌어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최씨는 고민을 거듭하다 서울회생법원을 찾았다.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위해서다. 개인회생절차는 계속적이고 일정한 수입이 있는 개인이 3년간 일부 채무를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책시켜주는 제도이다. 3년간 변제하는 재원은 수입(급여)에서 생계비를 제외한 금액(가용소득)이다. 최씨는 부양가족 2명과 주거비 등을 고려해 200만 원을 생계비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가용소득을 100만 원으로 하여 3년간 변제계획을 작성한 후 법원에 제출하였고, 법원은 최씨의 변제계획을 인가(허가)해줬다. 최씨는 첫 해는 문제없이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를 했다. 그런데 둘째 해에 아이가 1명 더 태어나면서 변제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그래서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또 한 번의 난관을 만나게 됐다.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는 진행하던 개인회생절차는 폐지(중단)되고 원래의 채무를 모두 변제해야 한다. 최씨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법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인회생절차에서 면책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인이 변제계획에 따라 정상적으로 변제를 완료하면 필요적으로 면책을 하는 것이다. 이를 일반면책이라 부른다. 최씨의 경우는 변제계획에 따른 정상적인 변제를 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방법에 의한 면책은 불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개인이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를 하던 도중 직장을 잃는 것 등과 같이 예상치 못한 사정이 발생해 변제계획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이 재량으로 면책을 해주는 것이다. 이를 특별면책이라 부른다.

법원이 특별면책을 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변제를 완료하지 못해야 한다. 둘째, 법원이 면책결정을 할 때까지 개인이 채권자들에게 변제한 금액이 파산선고를 받았을 때보다 커야 한다. 셋째 변제계획의 변경이 불가능해야 한다. 최씨의 경우는 아이의 출산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생계비 증가로 변제를 하지 못한 것이므로 첫 번째 조건은 충족한다. 최씨가 법원을 다시 찾은 시점에서 변제금액을 계산해 보니 둘째 조건도 충족했다. 변제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보면 아이의 출산으로 생계비가 늘어나는 점에 비춰 가용소득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세 번째 조건도 충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최종적으로 최씨에 대해 즉시 면책결정을 했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당사자나 대리인 중에서 개인회생절차가 폐지(중단)되면 무조건적으로 본래의 채무를 모두 변제해야 하고 면책은 안 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개인이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를 하다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실직, 퇴직, 아이의 출산 등)로 정상적인 변제를 하지 못하면 경우에 따라 법원은 직권으로 면책결정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면책제도는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씨가 법원으로부터 면책을 받지 못했다면 그의 가정은 위태로워졌을 것이다. 법원이 최씨에 대해 면책결정을, 그것도 즉시 해줌으로써 한 가정이 빚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