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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잘난 체 좀 그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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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역규제는 어리석은 조치이다. 당장 어려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피차 득이 될 것이 없다. 가장 대처하기 어려운 품목부터 수출을 규제하는 것은 일견 현명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킬 것이다. 상대방이 당장 대처가 안 된다고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세계 경제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각국의 대처 능력이 얼마나 탄력적인지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정치적이거나 감정적 이유로 무역에 손을 대는 것은 한 나라가 망해가는 첫걸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아니 지금까지 문재인 정권의 나라 운영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자신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 소득이 어떻게 소득의 증가를 주도하나?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토록 오랫동안 찢어지게 가난했을까?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리고도 고용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든지, 일본이 수출규제를 한다니까 롱 리스트가 있다든지, 도대체 정권의 핵심에 있는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시장의 필부보다 못하니 이를 어찌해야 하나.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일까.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너 자신을 알라, 나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밖에 모른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등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모든 지성의 출발점임을 지난 몇 천년 동안 성현들이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이 정권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은 가장 정점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도덕적 우월감은 이제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그동안의 통치를 보면 좌파가 우파보다 우월하고, 북한이 남한보다 우월하고, 우리가 일본보다 우월하다는 뿌리 깊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밖에 달리 이해하기 어렵다. 평양의 대중 앞에서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준 데 대하여 경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말씀은 우리 대통령의 언사로서 매우 충격적이고도 부적절한 것이라고밖에 달리 말하기 어렵다. 북한이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줘? 온갖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일념으로 나라 건설에 매진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은 뭔가?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그런 무지의 우월감으로 통치하니 이제는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 보인다. 적폐청산은 계속된다고? 자신을 되돌아보시라, 얼마나 많은 직권남용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히 추측해 보건대 우리를 우습게 보는 나라는 일본만이 아닐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릴 존중한다고? 북한이? 지인의 전언에 따르면 남한은 북한이 잘 다루고 있으니 염려할 것이 없다는 것이 중국의 평가란다. 북한은 대놓고 핵협상에서 빠지라고 하지 않나. 스스로 자존감을 획득하지 못한 개인이나, 정권이나, 국가가 남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핵심에 권하고 싶다. 눈을 감고 5분만이라도 국민이, 이웃 나라가, 우방국이 이 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림을 그려 보라고. 정권은 5년이면 끝난다. 이제 3년도 채 남지 않았는가? 실패한 정권의 피해는 사회적 약자와 가진 것이 없는 국민께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큰 적폐는 정권과 정치의 실패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어가고 있다. 자기들만 실패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 그 무지의 근본은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감이라고 생각된다. 쉬운 언어로 말하고 싶다. 잘난 체 좀 그만 하라. 정치건, 경제건, 외교건 아니면 문화건 모르는 것은 아는 사람에게 물어서 하라. 제발.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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