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내음이 가득하고 가끔씩은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쉬운 기억 하나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날 젊은 부부 팀을 만났습니다. 그 부부 팀은 그러나 요즘 같은 더운 봄날에나 어울릴듯한 의상을 입으셨습니다. 여성은 짧은 치마를, 남성골퍼 역시 얇은 면바지에 바람막이 하나만 걸쳤습니다. 보기에도 너무나 추워 보이는 모습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골프장은 대여용 목 토시가 있고, 또 핫팩에 카트에는 가스난로까지 구비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두 분 모두 필요 없다고 거절 하시는 것입니다. 추워서 덜덜 떨고 계시는 고객들께 몇 번이나 권유했지만 한사코 거부하시면서 그냥 코스로 나가버렸습니다.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있는 제가 민망할 정도로 너무 춥게 입으신 고객들께 이유를 여쭤봤습니다. "고객님, 날씨가 너무 추운데 괜찮으세요? 제가 다 추운 것 같아요." 그러자 고객께서 딱 한마디 하십니다. "내 스타일이야~"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