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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타자기] '듄'이라는 세계의 시작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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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 단편 걸작선
'오래된 방황하는 집' '생명의 씨앗'

드늬 빌뇌브 감독의 영화 '듄 : 파트2' 스틸컷

드늬 빌뇌브 감독의 영화 '듄 : 파트2'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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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허버트 원작, 드늬 빌뢰브 감독의 ‘듄 : 파트2’가 개봉했다. 대작임에도 흥행은 신통치 않은 듯하다. 우리나라가 SF물이 인기 없는 나라는 아니지만, 스페이스 오페라는 유독 인기가 없는 편이다. 미국의 신화 ‘스타워즈’가 그랬고 버금가는 위상의 ‘스타트렉’도 그랬다. 그래도 원작이 유명하고 웨스트 우드가 만든 게임으로 스토리를 접해본 사람도 꽤 있기에 바닥 민심은 좋은 편이다. 아이맥스 관람자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듄’을 ‘반지의 제왕’과 비교하는 글을 종종 보게 된다. 오래된 작품임에도 아직도 사랑받는 두 작품의 공통점은 방대한 세계관이다. ‘반지의 제왕’ 이후의 판타지 작품 중에 ‘반지의 제왕’의 영향을 벗어난 작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판타지 세계가 ‘반지의 제왕’을 통해 정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듄’ 또한 그러하다. ‘듄’ 이후의 작품 중에 ‘듄’의 SF 설정의 시혜를 받지 않은 작품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나의 뛰어난 작품으로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장르의 뿌리로 존재하는 작품이고 그 작가는 창조주 그 자체인 것이다.

‘듄 : 파트2’를 보러 가기 전에 그가 만든 세계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듄’ 원작도 당연히 볼 생각이지만 그 전에 펼쳐 든 책이 있다. 프랭크 허버트 단편 걸작선이다. 두 권으로 출판된 단편선에는 1952년 처음으로 발표한 ‘뭔가 찾고 계신가요?’부터 1985년 발표한 ‘듄으로 가는 길’까지 30여년간 발표한 32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돼 있다. 이 중에 직접적으로 ‘듄’을 언급한 작품은 ‘듄으로 가는 길’이 유일한데 정말로 여행안내서처럼 ‘듄’을 안내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의 업적인 ‘듄’을 새삼 자랑하고 싶어서 쓴 작품이 아닌가 싶다.


‘듄’의 기초설정들이 중심이 되는 작품은 ‘건초 더미 작전’ ‘사이의 사제’ 등이다. ‘건초 더미 작전’에서는 영화 ‘듄 : 파트1’에서 등장하는 폴의 어머니가 속한 베네 게세리트의 원형인 네이시아인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권력자의 부인이 돼 미래를 재편하려고 하는데 ‘듄’ 속의 모습과 설정이 일치한다. J.R.R 톨킨이 모든 작품을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전개하기에 "이것이 ‘반지의 제왕’의 역사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프랭크 허버트의 세계는 뭔가 다른 듯한 세계에서 길을 걷다가 ‘듄’의 조각들을 줍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결국, 이 단편선들은 작가가 만든 세계 속에서 프랭크 허버트라는 인간을 만나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듄으로 가는 길’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품 중에는 평탄한 엔딩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크게는 디스토피아적이고 작게는 비아냥이 들어간 농담으로 끝나곤 한다. ‘사라진 개들’에서는 끝끝내 개들은 멸종하고 그나마 유전적으로 보전해 새로 태어난 생물은 다리가 여섯 개인 걸 확인하며 끝난다. ‘작동 증후군’은 네트워크가 인간의 비합리성을 농담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 비판적이고 차가운 시선들이 그토록 큰 세계를 치밀하게 쌓아가는 원동력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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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타자기] '듄'이라는 세계의 시작과 만나다 원본보기 아이콘


오래된 방황하는 집 | 프랭크 허버트 지음 |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560쪽 | 2만2000원

생명의 씨앗 | 프랭크 허버트 지음 | 유혜인 옮김 | 황금가지 | 560쪽 | 2만2000원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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