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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칼럼]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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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칼럼]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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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동전의 양면성을 가진 국가다. 건국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가 통치인이 한 가족 출신이었기에 국제 사회에서 그에 대한 우려가 높은 반면, 경제적 위상 및 공무원의 청렴도가 높은 국가로 정평이 나있기도 하다. 2018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싱가포르는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와 함께 공동 3위다. 홍콩은 14위, 한국은 45위다. 흥미로운 것은 싱가포르와 홍콩의 높은 순위이다. 왜 그럴까. 통계가 절대적 평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싱가포르와 홍콩 내 부패행위조사국의 역할을 주목할 만하다.


싱가포르와 홍콩에는 반부패감시국이 존재한다. 특히 홍콩은 과거 공무원 스캔들을 계기로 싱가포르에 직접 인력을 파견해 부패행위조사국(CPIB) 운영방식을 도입했다.

홍콩에서는 1973년 은퇴를 앞둔 고위 경찰간부 피터 고드버가 해외 은행 계좌에 당시 약 60만 달러의 거액을 숨겨놓았다 적발되는 스캔들이 터졌다. 홍콩경찰국 자체적으로 즉각 조사에 나섰지만 고드버는 그의 지위를 활용, 경찰 공항 통과증을 사용해 부인과 영국으로 줄행랑을 쳤다. 이듬해 홍콩은 싱가포르의 CPIB 산하 반부패국(Anti-Corruption Agency)을 방문, 이 운영방식을 도입해 독립 반부패기관인 염정공서(廉政公署ㆍICAC)를 설립했다.


홍콩이 모델로 삼은 싱가포르 부패방지법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떻게 기능하고 있을까. 이 법은 공공은 물론 민간부문까지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다. 부패의 범위에는 금전적 뇌물뿐 아니라 대출 이득, 향응ㆍ일자리ㆍ식사ㆍ여행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도 속한다. 금액이 5달러건 500만달러건 상관없다. 뇌물 수수자 및 청탁자까지 쌍방 처벌 규정도 그 엄격성을 보여준다. 자국인이 해외에서 해당 부패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도 국내법과 동일하게 처벌할 수 있다.


부패행위조사국은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으며, 총리실로 바로 보고를 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총리 역시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 만약 총리가 사건에 개입하려고 하면 대통령에게 반부패방지국 책임자가 직접 보고할 수 있다. 모든 고위 공무원이나 장관, 법무부 수장도 성역 없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누구도 절대적 권력이 될 수 없다는 감시의 감시, 다중 장치의 의지를 보여준다.

싱가포르 부패행위조사국은 영국 식민 통치 당시인 1952년 설립돼 1969년에 독립적 총리 직속기관이 됐다. 국무장관 등 여러 장관들을 부패 혐의로 가차없이 기소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1961년 독립 이후 일관되게 부패 척결에 대한 지도자들의 의지가 매우 높았다. 짧은 역사에도 한국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훨씬 높을 정도로 경제 우선주의를 표방하지만 부패에 관해서는 엄격하다. 이는 청렴해야 국가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부패행위조사국의 운영 방식이 우려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위 공무원 및 국가의 청렴도에 대한 싱가포르 국민의 믿음이다. 노년층은 물론 젊은 대학생들도 이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왜 이렇게 신뢰가 높은지에 대해서 우리 입장에서 깊이 되새겨볼 만하다.


한국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에 대한 논쟁이 높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 싸움보다, 청렴도가 높은 국가의 운영방식들을 연구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고드버를 향한 홍콩인의 분노는 정부를 움직여 염정공서를 설립하게 했다. 국가와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매우 안정적 국정운영의 필수요건이다. 현재 싱가포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싱가포르 대학생들에게 한국 정치학을 가르치며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공직자 감시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왜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수처 설립을 둘러싼 논쟁이 거센지 의아해한다는 것이다. 한 번 되새겨볼 만한 질문들이다.


김혜진 싱가포르국립대 정치국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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