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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인구프리즘] 세계 신기록 경신하는 한국 인구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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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의 인구프리즘] 세계 신기록 경신하는 한국 인구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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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에너지는 놀랍다. 우리야 익숙해도 밖에선 적잖이 의아해한다. 예측 범위를 쉽게 뛰어넘는 발걸음이 일상다반사인 까닭이다. 고도성장의 압축개발도 그랬고, 외환위기의 극복경로도 그랬다. 무에서 유를 창출한다는 말은 공치사도 아니다. 경험도, 실체도, 의지도 현존하는 한국적 역동성이다. 덕분에 폐허에서 풍요를 만들어냈다. 여기까지면 좋았을 터다. 이젠 역동성의 부작용이 거세다. 부정적 항목조차 인류 최초의 신기록을 깨기 시작했다. 폐색사회로의 놀라운 진입 속도가 그렇다.


핵심은 인구 변화다. 속도도 범위도 추계수준을 넘어섰다. 미증유(未曾有)의 인구변화가 한국 사회의 뒷덜미를 움켜쥔 셈이다. 관련한 각종 통계의 수식어에 전대미문(前代未聞)이란 평가가 붙는 배경이다. 그만큼 놀랍고 과격한 인구 변화가 시작됐다. 유엔(UN)의 인구통계국도 꽤 놀랐을 듯하다. 세계적 인구증가ㆍ대응체계에 방점을 찍는 조직이라 한국의 충격적 경로 이탈은 예측 수정을 뜻한다. 모수가 적어 제한적이지만, 돌발악재(?)인 건 분명하다. 불편한 이상 사례에 주목하는 이유다.

세계신기록은 모두가 아는 게 좋다. 한국은 그간 수많은 세계신기록을 보유했다. 경제성적표도 그렇다. 전쟁폐허 속에서 개발자원조차 별로 없이 소국의 딜레마를 깨고 한국적 저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국제경기도 덩치와 걸맞잖게 '한다면 하는 식'의 한국 정신을 온세상에 보여줬다. 격려와 축하는 당연지사다. 와중에 부정적 세계신기록은 적잖이 외면ㆍ망각됐다. 굳이 들춰내본 들 단발뉴스에 그쳤다. 그래선 곤란하다.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고칠 시간을 놓치면 충격만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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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신기록은 동서고금의 표준편차에서 벗어났을 때 부여된다. 좋은 의미라면 한계를 뛰어넘은 노력을 치하하는 게 맞다. 반대로 한국의 인구경로처럼 바람직하지 않은 숫자를 최초로 찍었으면 긴장하는 게 옳다. 서둘러 궤도수정에 나서라는 메시지와 같다. 지금처럼 소리소문 없는 경고와 뜨뜻미지근한 반응은 곤란하다. 이해는 된다. 인구 변화란 게 워낙 묵직해 체감하기 어렵다. 정책이라고 펴본들 당장은 티조차 없어 미룰 수밖에 없다. 세계 신기록인데 강조ㆍ회자되지 않는 이유다.


몇 가지만 보자. 출산율(합계) 0.98명은 2018년 결산치다. 일반인은커녕 전문가조차 설마했던 예측 범위의 초월 숫자다. 아무리 안 낳아도 1.0명은 내다봤다. 인류역사상 국가단위로는 소수점 출산율을 본 적조차 없어서다. 2.1명의 인구유지선과 1.3명의 인구위기선과는 차원이 다른 심리적 저지선이 1.0명이다. 최저ㆍ최악의 거친 수식어와 함께 세계 최초의 0명대 출산기록은 이렇게 한국이 따냈다. 도시 레벨로 봐도 한국의 꼴찌 기록은 독보적이다. 0.76명의 서울(2017년)은 놀랄 노자가 따로 없다.

문제는 추세다. 한번 꺾인 그래프는 되돌리기 쉽잖다. 올해는 더 암울하다. 출산율 0.9명ㆍ출산아 수 30만명은 사실상 기대난이다. 전년동월 대비 출산아 수는 2019년 8월 현재 45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 중 41개월은 역대 최저치다. 이대로면 출산율 0.8명대ㆍ출산아 수 20만명대로 2018년 기록을 또 갈아치울 형국이다. '40만대→30만대'는 15년이 걸렸지만, '30만대→20만대'는 고작 3년에 깨질 판이다. 세계 1위인 '고령화사회(7%)→고령사회(14%)→초고령사회(20%)'의 도달 속도는 접근불허다.


이로써 인구 추계는 비상이 걸렸다. 인구 통계를 모태로 50년짜리 살림살이를 짜는 한국사회로선 급격한 인구 변화가 기준점을 꽤 과격하게 흐트려뜨렸기 때문이다. 혼란 속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추계의 3개(고위ㆍ중위ㆍ저위) 시나리오처럼 가도 기존자원의 재배분수준ㆍ개혁스케줄을 잡는 게 힘든데 추계마저 뒤틀리면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 추계가 틀려진 건 분모(출산) 때문으로 상상초월의 저출산이 분수값을 내려앉혔다. 분모ㆍ분자가 역전된 가분수사회는 지속가능성을 훼손시킨다. 정부도 심각성은 인지한 듯하다. 해결 의지는 몰라도 상황파악은 했다. 그 결과가 올해 3월 발표된 장래인구특별추계다. 2020년 정기조사가 예정됐음에도 특별추계를 낼 만큼 최근의 인구변화가 심각함을 인정한 조치다. 결과는 또 충격적이다. 2015년 조사에선 한국의 자연감소(출산-사망)가 2029년으로 추계됐는데, 이번엔 10년이나 앞당겨진 올해 마이너스가 예고됐다. 얘기인 즉슨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반개혁을 서둘러 단행해야 함을 뜻한다. 회피ㆍ연기로 버틸 수 없음의 자기고백이다. ±2%의 잠재성장률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국가디폴트의 나랏빚 위험경고도 구체적이다.


인구통계적 세계 신기록과 특별 추계의 예측수정은 한국의 인구 변화가 결코 만만찮음을 증명해준 유력한 직접증거다. 저출산에 직결된 입시ㆍ입대조정은 물론 복지ㆍ조세개혁에 시간이 없음을 보여준다. 길게는 행정ㆍ선거ㆍ산업ㆍ고용제도에까지 달라진 인구 변화에 맞춰 개편조치를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특별추계엔 당장 정년 연장과 연금 수급의 상한 조정이 내포된다. 지금처럼 미룰 수는 있겠으나 역사의 교훈 앞에 소환되는 건 숙명이다. 개인도 무시ㆍ방치해선 손해다. 호구지책이 급박해 인구변화에 관심을 못 갖는다지만, 앞으로는 아니다. 내 연금이 곧 위험해진다. 알아야 대응할 수 있다.


인구 변화는 인지 여부에 따른 이해득실이 확실하다. 적어도 모르면 손해는 분명하다. 기업 차원이든 개별 대응이든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파편정보를 모아보면 인구변화발 미래사회는 한층 위협ㆍ갈등적일 전망이다. 당장 몰라도 피해는 없겠으나, 길게는 많은 이들의 삶을 쥐락펴락할 초대형 변수다. 정책 대응은 매몰차질 확률이 높다. 포퓰리즘의 끝은 해외사례가 방증해준다. 복지는 줄이고, 세금은 오를 터다. 가랑비에 옷젖듯 둔감하거나 마비돼선 곤란하다. 인구 변화의 먹구름에 예외는 없다.


아직은 다행스럽다. 위기와 기회는 이음동의어다. 세계신기록을 독점ㆍ경신하는 인구변화지만, 잘만 활용하면 레벨업의 도약대가 된다. 중요한 건 정확한 현실파악과 강력한 실행의지로 요약된다. 인구정책만 해도 발본적 인식전환이 대전제다. 지금처럼은 정당성도 유효성도 없다. 책상머리 출산정책의 부작용은 충분히 경험했다. 예산낭비는 이 정도면 됐다. 한정자원의 이해조정ㆍ자원조율에 포섭돼 박탈ㆍ패배감을 안겨준 게 인류 초유의 출산 충격으로 귀결됐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나쁜 진기록은 오명적 불명예다. 고칠 수 있을 때 소매자락을 걷어붙이는 게 상식이다. 시간이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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