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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학교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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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몇년 전 큰 아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장이 새로 바뀌고 새 학기가 시작된 이후 학교에는 이해불가한 조치가 내려졌다. '체육시간외 운동장 사용금지'. 아이로부터 전해들은 표면적인 이유는 학업 분위기 저해 차단과 학생 부상 방지였다. 상식 밖의 일이라 아이에게 재차 물었다. 둘째 아이의 대답도 같았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년퇴임을 1년 앞둔 교장이 몸을 사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교장의 바램 덕인지 그해 운동장에서 크게 다친 아이는 없었다. 물론, 운동장을 사용하지 않은 덕에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졌는지는 알길이 없었다. 공을 차고 놀 골목도, 공터도 변변치 않은 도심에서 아이들은 이곳 저곳을 헤맸다.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이 아파트 8층 자신의 방에서 투신한 사건이 지난주에서야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일어난 일이었다. 아파트 화단의 나뭇가지가 떨어지는 아이의 충격을 흡수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중상을 입었다. 투신 사고로 시신경이 손상된 한 쪽 눈은 실명 상태였고,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추락 탓에 손상된 뇌는 육체적ㆍ정신적 상처를 남겼다.

아이는 같은 반 학생들이 저지른 학교폭력과 성추행의 희생자였다. 13살 아이가 입었을 절망과 상처, 평생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장애와 고통은 '안타깝다'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의혹을 제기했다. '가해 학생의 엄마가 같은 지역의 교사라 해당 학교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정년퇴직을 앞둔 교장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여는데 소극적이었다'는 등 확인하기 쉽지 않은 의혹들이 쏟아졌다. '비통하고, 화가난다'고 하면서도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나서지 못했다. 아이는 다시 학교에 다녀야하고, 아이가 세상에 드러나 추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사건이 보도된 후 피해 학생과 같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로부터 장문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 학부모는 "문제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해당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 대상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다른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없는지 실태 파악과 관리가 필요하다. 근본적인 시스템과 절차의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는 여전히 쉬쉬하기 바쁘고, 교육 당국은 천연덕스럽게 거짓을 얘기하고 있다. 교장선생님도 한때는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던 연탄’이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과거에는 뜨거웠던,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있는 연탄재'가 아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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