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 흘려 번 돈을 투자하는 투자자에게는 자신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사람이 가장 좋은 친구다. 그가 누구인지, 어디에 투자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돈이 되는 곳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보내자 삼성전자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물산 주가도 하루에 8% 가까이 급등했다.
엘리엇이 겨눈 게 급소인지, 가려운 곳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주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엘리엇의 ‘액션’을 보면 우리 기관투자자들은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엘리엇은 고작 삼성전자 지분 0.62%만으로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한국 증시를 들었다 놨다 하는데 우리 기관투자자들은 있는 권한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 제대로 된 기관투자자라면 오너의 주주권익 침해에 적극 맞서야 하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거수기 노릇만 할 뿐이다.
삼성전자와 맞서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엘리엇을 '해외투기자본'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유별난 펀드가 아니다. 엘리엇 같은 '행동주의 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400개에 육박하고, 이들이 굴리는 돈은 1300억 달러(약 152조원) 정도 된다. 수익률도 높다. 2005년 이후 지난 8월까지 '일반' 헤지펀드가 연평균 1.3% 수익을 올리는데 그친 반면,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연 8.8%의 성과를 내고 있다. 경영진의 말이라면 무조건 '예스'라고 하지 않고 배당확대나 지배구조 개편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주주들의 권익을 챙기는 것도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요인이다.
황진영 증권부 차장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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