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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어윤대식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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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7월에 처음으로 ING생명 인수 이야기를 꺼냈을 때만해도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당시 "ING생명을 사려고 했는데 안 팔겠다고 해서 못 샀다"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국내 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는 이미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때 추진했던 일이다. 이런 연유로 어 회장이 ING생명에 관심있다고 했을 때 기자는 솔직히 직원 및 여론용 립서비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 회장의 발언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급기야 올초에는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삼성생명과 함께 파트너십을 형성해 ING 아시아태평양 사업본부를 인수하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상식적으로 인수합병(M&A)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하는' 매우 비밀스런 작업인데도 불구하고 어 회장은 동네방네 ING생명을 사고 싶다고 소문을 내고 다닌 것이다. 그것도 국내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과 함께 말이다. 진실성이 어느 정도 담겨 있는지는 어 회장 본인만 알겠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이 움직였다.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지역 진출은 삼성생명의 큰 과제"라며 "ING생명 아ㆍ태법인(한국 ING생명 제외)에 관심이 있다"고 속마음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본지 보도가 나가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삼성생명에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삼성생명은 "해외사업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인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검토 중이나 현재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언론을 활용한 어윤대식 화법에 삼성이 말린 것일까? 그 속사정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유추해석은 가능하다. 어 회장은 자신의 저서 '민족을 품고 세계를 꿈꾸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려대 총장시절 학교 발전기금을 모으기 위해 '샷건 어프로치(Shotgun Approach : 산탄총으로 여러 개의 목표물을 잡는 방법)'와 '라이플 어프로치(Rifle Approach : 조준 경을 갖춘 총으로 특정 목표물을 잡는 방법)'라는 2가지 방법을 병행했다"고.(어 회장은 총장 재임시절 4700억원이라는 기금을 모은 최고경영자형 총장으로 명성을 날린 바 있다)

돌이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 회장은 최종 목표물(한국 ING생명)을 정조준(라이플 어프로치방법)했다. 하지만 그가 보유한 총는 총신(자금력)이 짧았다. 결국 장거리 목표물을 격추시킬 수 있는 총신(삼성생명)이 필요했다. 그는 총신을 얻기 위해 언론이라는 참새 떼를 이용했다. 샷건 어프로치 방식 즉 여론몰이를 한 것이다. 한국 ING생명이 어 회장의 뜻대로 KB금융지주의 품에 안길 지는 아직 미지수다. 삼성생명 역시 아시아지역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ING생명 아ㆍ태법인을 최종 선택할 지 알 수 없다. 그래서인지 어윤대식 대화법의 최종 결과가 더욱 더 궁금해진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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