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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고환율 시대의 안전판 '서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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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경제금융부 차장

이창환 경제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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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훌쩍 넘기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1400원을 찍기도 했다. 환율은 작년 8월부터 이달까지 10개월 연속 월평균 13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고환율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고환율은 경제위기 또는 외환위기와도 비슷한 말이었다.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한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위기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는 1분기 깜짝 성장을 기록했고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을 만큼 상당히 안정적이다.

전문가들은 고환율 상황에서 우리 경제나 외환시장이 불안감 없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중요한 이유로 서학개미를 꼽는다. 서학개미는 한때 외환시장을 어지럽히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투자해야 하는데 이는 국내 달러 보유고를 낮추고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는다. 서학개미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해외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과 주가 상승 차익으로 인한 자본이득이 달러로 환입되면서 우리의 외환 보유고를 늘려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공개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고물가에 대한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 논문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지만 과거에 비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율 방어에 도움이 된 요인으로 국내 외환시장의 구조 변화를 들었다.

한국의 외환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 흐름을 주도하는 상품 구성과 주체가 크게 변했는데 상품 구성은 차입에서 증권투자 중심으로 바뀌었고, 거래 주체는 비거주자에서 거주자 중심으로 변화했다. 특히 증권투자를 포함한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은 순대외채권국이 됐고 그 결과 환율 상승 충격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흡수 능력도 개선됐다는 것이다.


만성 순대외채무국이었던 한국은 해외투자의 증가로 2014년부터 순대외채권국이 됐고 이후 꾸준히 규모가 커져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은 3846억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서학개미 열풍도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예탁원 외화증권 보관잔액은 1143억9000만달러(약 157조원)로 역대 최대치다. 2분기도 개인들의 해외 투자 증가는 지속되고 있다.


다만 서학개미의 증가가 외환시장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더라도 국내 증시를 놓고 보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 상당수의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해외 주식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돈은 수익률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나스닥이나 S&P 지수 상승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해외로 돈이 빠져나갈수록 국내 증시는 힘을 못 받고 실망한 국내 투자자들은 또다시 돈을 빼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까 우려된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통해 국내 증시를 살리려고 하지만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이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매입과 소각 의무화 등 획기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서학개미 열풍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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